최근 정치의 중심 여의도에 소심한 뒷담화가 '다시 고개 드는 용산리스크'.

지난해 12'김건희 명품백'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부정 62.9%, 긍정 32%였다.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5.3%, 국민의힘은 34%였다. 내년 총선에서 제1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이 52.9%, 국민의힘은 34.9%였다.(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의 122주 차 정기여론조사)

그러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폭 행보 두 달여가 지난 39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33%로 나타났다.

지역구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엔 국민의힘 38%, 민주당 37%로 초접전 양상이다. 원내 제 1당에 대한 전망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43%,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42%로 비슷했다. 같은 기간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긍정평가 40.2%, 부정평가 56.1%를 기록했다.(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지난 2개월 여간 놀라운 변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비명횡사에 따른 공천 반사이익도 있지만 한동훈 카드가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스타 후보나 매머드 공약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을 한동훈 효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소 추세였던 불안감이 다시 증가세다. 한 위원장의 인기는 여의도 보수화법이 아닌 명쾌한 언행인데 그 입이 닫혀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입틀막 용산발 리스크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 출국시켰다. 의혹의 진실을 떠나 대통령이 범법 혐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꼴이다.

도태우 대구 중·남구 후보 공천 역시 마찬가지다. 도 후보는 5.18투쟁 당시 북한 인민군이 파견됐다는 가짜정보를 퍼트렸다. 도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 드문 군인 출신 대통령'이라고 칭송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천마무리에 들어가고 본격적인 지역별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한동훈 효과만으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 서울.수도권 후보들은 실제 현장은 위기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 도와줘도 시원찮을 판에 용산이 나서서 한동훈 입틀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12일 이종섭 대사 임명 건에 "'제가 사안을 잘 모르니까 당 대표로서 말씀드릴 부분은 아니다"라고 입을 닫았다.

도 후보 공천 논란은 더 심각하다. 한 위원장이 지난 11일 공천관리위원회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면밀한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공관위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사실상 취소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것이다.

도 후보 공천 유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대구 달서갑) 후보, 경남과 충청권 2명 포함해 4명을 박 전 대통령 공천을 요구해 불가피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총선 승패가 달린 한 위원장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도 후보 공천 취소안 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을 윤 대통령이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이 많다.

전체 지역구 254개 중 122개가 걸린 서울.수도권 후보들은 앞 다퉈 이종섭 호주대사의 임명을,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말이 없다. 아니 말할 수가 없다. 용산이 한 위원장 입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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