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 명분 확보... 격화되는 대결 양상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출처 :금호석유화학,뉴시스]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출처 :금호석유화학,뉴시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조카의 난’으로 이목이 쏠렸던 금호석유화학 그룹(이하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지난 2차례의 패배 굴욕을 씻고자 행동주의펀드를 운용하는 차파트너스 운용(이하 차파트너스)과 동행의 길을 선택했다. 2021년 박 전 상무가 배당 확대와 이사 교체 등을 요구하며 자신의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번 3번째 ‘조카의 난’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사주 소각, 주주가치 제고·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가장 효율적”
-“ISS 금호석화 측의 이사회안은 찬성, 차파트너스 요구는 반대”

지난 4일 차파트너스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화 자사주 100% 소각"을 요구하며 다시 3번째 ‘조카의 난’을 예고했다. 자사주 소각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과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말 기준 18.4%(약 525만 주)의 자사주를 보유한 상태다. 차파트너스 측은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와 이러한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명분까지 확보한 만큼 경영권 다툼이 어느 때보다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박 회장과 박 전 상무의 3번째 대결을 앞두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예년에 비해 날 선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박 전 상무가 개인 최대 주주로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자신의 주주권리를 위임했다. 지난 4일 IF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주주가치 제고로 분위기 탄 박철완

차파트너스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총 주주수익률(TSR)은 해외 동종 업계 및 국내 선도 화학기업 대비 최하위 수준에 그치는 등 회사의 저평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은 금호석유의 발행 주식 수의 18.4%에 달하는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로 꼽힌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장기간 보유해 온 발행 주식 수의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 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금호석유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차파트너스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수단이며, 금호석유의 기보유 자사주를 소각하면 회사의 추가적인 재원의 지출 없이 즉시 주주가치를 제고할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주가치를 대폭 제고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계감사 분야 등에서 전문성을 갖춘 김경호 KB 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장 겸 감사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김 의장이 선출될 경우 금호석화 이사회가 전체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 자사주 소각의 건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주주제안하면서 주주권익 향상을 앞세워 박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적 부진에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박 회장은 3번째 맞대결에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달 22일 금호석화 정기주총이 다가오면서 박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를 앞세워 자사주 18%를 소각하고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여전히 박 전 상무 측은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전무하다고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그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주주가치 제고의 목적으로 지난 2월 차파트너스와 동행을 선택했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금호석화 측은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동행을 개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행위라고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의 주주들을 위한 행보가 숨겨진 이면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 또한 존재한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출처 : 박철완 주주제안 홈페이지]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출처 : 박철완 주주제안 홈페이지]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2021년과 2022년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 측과 이미 두 차례 맞붙었지만 모두 패배의 쓴맛을 봤다. 박 전 상무와 동행하는 차파트너스가 보유한 금호석화 지분은 0.03%에 불과하지만 개인 최대 주주인 박 전 상무의 지분(9.1%) 등을 포함한 우호 지분율은 총 10.88%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1년 1월 박 전 상무가 ‘박찬구 회장과의 공동 보유 관계 해소’를 공시하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분쟁 구도가 만들어지며, 현재까지 갈등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측에 배당 확대와 이사 교체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주주 제안서를 발송했다. 

이어 3월 26일 열린 주총에서 대부분의 안건에서 30%의 동의를 얻는 데 그치며 박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패배한 이후 일주일 채 안된 3월 31일 금호석유화학 상무직에서 해임됐다. 지난 2022년에도 그는 경영 투명성 및 주주가치 제고 등을 골자로 한 주주 제안서를 발송하고, 재차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전년과 마찬가지로 완패했다.

-미궁속으로 빠지는 제3‘조카의 난’

지난 12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금호석화 측의 이사회안을 모두 찬성하는 비공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ISS는 금호석화 측이 이사회에 제출한 자사주 소각안에는 찬성을 했는 반면, 차파트너스의 자사주 소각 제안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금호석유화학이 소유 중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금호석화측은 3년간 50%만 소각하겠다고 주장하며 쉽사리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다.

주주제안 당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 환원의 명분이 생긴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 내용이 주주들 사이 호평이 이어지며 3번째 대결 만에 빛을 보나 했지만 ISS 측이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주며 다시 난항에 빠진 상황에서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이변 없이 박 회장이 웃을지 차파트너스를 등에 업은 박 전 상무가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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