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과반수 “인사평가 결과 합당하지 않아”
신입사원 “업무, 안내받은 것과 달라 이직 결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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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연초 연봉협상 이후 직장인들의 이직 준비나 이직 시도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한 번 이상 이직을 시도했고, 올해 연봉협상 후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라고 답한 이들은 무려 75.2%였다. 올해 연봉 평균 인상률은 평균 5.7%로 과반수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고 ‘만족스럽다’는 13.8%에 그쳤다. 이직을 고려하는 신입사원의 경우 ‘생각한 업무와 달라서’라는 의견이 나왔고, 경력사원의 경우 ‘똑같은 보상과 처우’를 꼽았다.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는 이를 두고 “2월과 3월은 연봉협상 이후 불만이 고조돼 이직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절반 이상이 지난해 한 번 이상 이직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력직 이직 플랫폼 ‘블라인드 하이어’는 한국 직장인 데이터 5만 건 이상을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이직을 시도한 직장인은 전년 대비 5%p 증가한 56%로 집계됐다. 특히 이직 시도가 가장 활발했던 연차는 사원(62%)과 대리(60%)로 전년 대비 각각 7%p, 6%p 올랐다. 신입사원은 54%였다. 입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을 고려한 셈이다. 

과장은 53%, 차·부장은 40%를 기록했다. 이직 시도가 가장 활발했던 업계는 호텔이 69%, 패션이 66%, 가구·인테리어가 64%였다. 반면 시도가 가장 저조했던 업계는 통신사가 41%, 카드사가 43%, 공기업이 44% 순이었다.

블라인드 하이어는 성장 가능성과 고용 안정이 이직 시도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직 시도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요인은 ‘회사에서의 성장 가능성’과 ‘고용 안정’이었고, ‘보상’과 ‘워라밸’도 선택됐다.

직장인 57%, 인사평가 ‘불만’

직장인 대다수는 ‘보상’ 수준이 결정되는 인사평가에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반수가 회사의 인사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경력 연차가 높은 직장인에게서 불신 정도가 더 높았다.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690명을 대상으로 ‘인사 평가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57.1%가 ‘본인의 업무 성과에 대한 회사의 평가가 합당하지 않다’라고 설문했다.

인사평가 결과가 합당하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 중 7년 차가 65.1%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이 64.0%, 5년 차 54.5%, 3년 차 56.2%, 1년 미만 41.0%였다. 대체로 경력 연차가 높은 직장인에게서 불신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회사의 인사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는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가 응답률 67.7%로 가장 높게 선택됐다. 이외에도 ‘평가제도의 허술함’, ‘획일화된 기준’, ‘수정·보완 없이 같은 평가’ 등의 이유가 꼽혔다. 

특히 ‘인사평가 영향으로 이직을 고민한 적 있는가’ 질문에 직장인 10명 중 8명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나머지 17.2%만이 ‘인사평가 결과로 인해 이직을 고민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것이다.

신입은 “업무에 실망”, 경력은 “연봉에 실망”

지난 13일 취재진이 만난 직장인 중 신입사원은 기대했던 업무와 달라서 이직을 고민하거나 준비 중이었고, 경력사원은 연차에 비해 박한 연봉 혹은 워라밸을 보장받지 못해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신입사원 노 모(28, 남) 씨는 “구직 공고에 나와있는 업무와 실제 업무가 달랐다”라며 “사무직으로서 전공을 발휘할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니 자연스럽게 이직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입사원 유 모(26, 남) 씨는 “상여금 등 각종 복지가 고지된 것과 달랐다”라며 “최소한의 복지라도 누리고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적정선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가구·인테리어 업계 4년 차 경력사원 원 모(28, 남) 씨는 “전문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4년 동안 경력을 쌓았지만, 보상이나 처우가 나아진 게 없다”라며 “진지하게 이직뿐만 아니라 지금이라도 직종을 바꿔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무직 3년 차 경력사원 백 모(30, 남) 씨는 “구인구직 플랫폼에 편안한 직장 분위기라고 쓰인 걸 보고 입사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직장 상사의 요구와 평가 등에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며 “3년 차를 마지막으로 이직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관건은 연봉 인상률

올해 직장인 연봉 평균 인상률은 평균 5.7%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잡코리아는 2024년 연봉협상을 완료한 직장인 632명을 대상으로 ‘연봉 인상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연봉이 인상된 직장인은 59.2%, 동결된 이들은 38.4%였고, 지난해 대비 삭감된 경우는 2.4%였다.

올해 연봉이 인상됐지만 직장인 과반수는 불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올해 연봉 인상 수준에 만족하는가’ 질문에 52.4%가 ‘불만족스럽다’라고 답했다. 올해 인상률에 만족하는 직장인은 13.8%에 그쳤다.

불만족 이유로는 ‘열심히 일한 것에 비해 인상폭이 낮다’가 48.9%로 절반에 가까웠고, ‘기본 연봉이 낮아 인상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가 30.5%, ‘회사의 영업 성과에 비해 인상률이 낮은 것 같다’가 15.4%로 순위를 이뤘다.

연봉협상 후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는 의견은 무려 7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업무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23.3%, ‘면담 요청’은 15.1%였다. 잡코리아는 “2월과 3월은 연봉협상 이후 이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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