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와 대학, 나이 성별 시기 관계없이 공부하는 국민개방교육기관 전환
- 사회적 신뢰 높아야...2, 3 루저 양산 시스템 출산 의지 안 생겨

한국의 저출산 위기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20230.72명으로 낮아진 데 이어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명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 출산율 위기에 대해 로스 다우섯 뉴욕타임스칼럼니스트는 “14세기에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결과라고 평했다.

이달 초 영국 공영방송 BBC 진 맥켄지 서울 특파원은 저출산 관련 특별보도에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저출산이 심각한 국가라며 "지금 같은 극심한 저출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2100년이면 한국의 인구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고 병역 의무 인구가 58%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도 앞 다퉈 저출산 대책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부총리급 기구 신설을 내놨고 출산·육아 가구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아빠 유급 휴가(1개월) 의무화, 육아 휴직 급여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을, 민주당은 2자녀 가구의 경우는 24, 3자녀는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제공,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월2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2006~2022년까지 17년간 332조원을 퍼부었지만 저출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고질적인 국회와 정부의 헛돈질도 문제가 있겠지만, 원인과 대책을 잘못 잡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해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20~39세 미혼 청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47%출산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남성은 자녀교육비(43.6%), 여성은 육아피로(49.7%)를 꼽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에서도 출산기피 이유로 양육비, 교육비 등 경제적 이유(57%)가 가장 컸다.

매우 상식적인 원인이다. MZ세대인 20~30대 자녀를 둔 X세대(40대 후반~60대초) 부모조차 결혼과 출산을 적극 권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까. 쉬운 답변이지만 피지컬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가장 우선이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은 '자녀의 미래'가 보장되는, 큰 걱정 없는 사회를 의미한다.

사회복지연구회 계간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보다 최소 200만 원 이상인 경우 결혼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또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우리 사회가 비교적 평등하고 기회가 공평하게 열려있다고 생각할수록 결혼과 출산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초··고교생 사교육비가 271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5%(12천억 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년 사이 학생 수는 528만 명에서 521만 명으로, 7만 명(1.3%) 감소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늘어난 것이다.

초저출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 부모 세대의 치솟는 사교육비와 직장여성의 육아 부담을 대폭 경감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대학입시 한번으로 평생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 우리 사회는 영재고, 과학고, SKY in서울 대학, 의사와 변호사가 아니면 평생 루저(loser), 2,3등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미래 부모 세대들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희망을, 사회적 신뢰를 줄 수 없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교육과 취업이 가능한 열린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대학이다. 대학과 교육제도가 출산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깎아먹는 원흉이다. 단 한 번의 수학능력시험과 내신으로 결정되는 대학 입학시스템을 해당 수업이 가능한 자격증 입학제로 바꿔야 한다. 또한 대학졸업장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자격증으로 취업 등 사회 진출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원하는 학과, 대학에 진학할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수준별 교육이 가능토록 개방해야 한다. 수업일 수만 채우면 중·고교를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원하는 교육을, 대학 진학에 가능한 과목별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상위권인 독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대학까지 대부분 무상교육이거나 최소비용만 낸다. 대학에 가기 위한 사교육도 없다.

우리도 중·고교와 대학이 나이와 성별, 시기에 관계없이 원하는 분야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국민개방교육기관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과 안정적인 취업을 통해 잘 살고 행복하길 기대한다. 출산과 육아휴직, 아동수당, 임대주택 다 좋다. 그러나 먼저 예비 부모들의 출산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살벌한 경쟁 속에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엄청난 사교육비가 들어간다면 아이 낳을 맘이 생길까. 누구도 험한 세상에 자신과 같은 제2, 3의 루저 인생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학입학이, 평생의 소득이 성적순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된다면 사교육비 부담은 날로 커질 것이고 출산율은 더욱 떨어져 2075년이면 한국이 소멸할 것이다. 내 자식이 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높아져야 출산율도 오른다. 정말 교육제도의 혁신이 시급한 이유다. 그래야 국가소멸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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