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공세'로 한국 시장 공략하지만, 사후관리 미흡...규제 필요

알리익스프레스(사진 왼쪽) 테무 (오른쪽) 홈페이지 캡쳐
알리익스프레스(사진 왼쪽) 테무 (오른쪽) 홈페이지 캡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사 제품을 타 플랫폼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에 못지않게 계약불이행, 품질 등 다양한 소비자 문제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규정에 어긋나는 광고를 상습적으로 발송해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는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의 불법영업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 불만ㆍ피해 상황에 적극적인 대처와 예방 정책 우선시 돼야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 불법영업 규제 법적 근거도 필요...정부 나서나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22년 93건에서 2023년 465건으로 1년 사이 500% 급증했다. 2023년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465건을 품목별로는 의류·신발 등이 130건, 전자제품 124건, 문화용품 54건, 자동차부품 51건, 통신사무용품 22건, 가구 11건, 화장품 및 보건용품 42건, 기타 가사용품이 31건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1월에만 약 150건이 접수됐는데 알리익스프레스 특성상 저가 상품의 비중이 높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번거로운 탓에 소비자들이 환불을 포기하는 사례도 상당수 있어 실제 피해는 접수된 피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계약불이행이 226건으로 전체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계약불이행의 경우, 광고와 다른 배송 지연, 오배송, 상품 누락, 배송 중 분실 등이 대부분이었다. 기간 안에 배송되지 않아 주문취소를 해도 잘 반영되지 않거나 제품이 배송된 이후 반품을 해도 약속한 무료 반품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사례가 많았다.

두 번째는 계약해제·해지 관련이 143건(31%)으로 많았다. 계약해제·해지로 인한 환불 거부 등의 불만은 소비자가 물품을 배송받은 대로 포장해 반품하고 운송장을 보관하고 있음에도 판매자가 반품된 물품이 없다고 하거나 다른 물품이 반품됐다고 주장하는 문제가 있었다.

분쟁 처리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온갖 입증 방법을 요구하며 환불을 거부하거나, 기간이 최대 120일 소요된다고 안내하는 등 절차를 까다롭게 해 소비자 불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품질 불만 82건(18%) 등의 불만 유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유통금지 품목이나 유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안긴다.

소비자주권회의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광고와 함께 멜라토닌 캡슐제를 판매 중이다. 멜라토닌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불면증 치료제에 많이 쓰이는 약물이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멜라토닌을 온라인상에서 불법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 안정성 등을 이유로 멜라토닌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고, 통관 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해외 직접 구매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석궁 등 범죄에 이용되거나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물건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제품의 경우 총포ㆍ도검ㆍ화학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온라인 내 판매가 금지된 상태다.

도수 있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도 판매하고 있으며 이 상품들 역시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 기사법)은 도수 있는 안경·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 또는 통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도 논란이다. 테무의 경우 최근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테무는 처음 회원 가입한 고객 대상으로 무료 배송·반품, 배송 지연 시 5300원 상당 크레딧 지급 등의 조건과 함께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판매한다. 이벤트를 통해 신규 회원 여럿을 추가로 가입시키면 물건을 공짜로 주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제공한다.

문제는 친구 한 명이 신규 가입을 수락해 룰렛을 돌려도 1코인이 생기는 게 아니라 0.5 코인 등 소수점 자릿수의 코인이 나온다는 것이다. 혜택을 얻으려면 충족 화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친구를 초대해야 한다. 무료 사은품을 주는 코너도 비슷한 방식으로 ‘마지막 100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를 초대해야 하는데, 이를 채우기 위해 이용자들은 계속 친구를 초청해야 한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업체 측의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비판한다.

- 한국 시장 공략 본격화...소비자는 외면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류센터 구축을 고려하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 내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시장에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을 마련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는 국내에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올해 안에 총 18만 ㎡(약 5만4450평) 규모로 물류창고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컬리가 가진 물류창고 중 가장 큰 경기 평택시 물류센터(약 20만 ㎡)나 다이소가 경기 양주시에 짓고 있는 허브센터(약 17만 ㎡)와 비슷한 수준이다.

테무도 적극적이다. 2023년 7월 한국서비스를 시작해 4개월 만에 한국 이용자 343만 명을 확보했다. 두 쇼핑 앱 모두 초저가와 무료배송을 앞세워 한국의 중국상품 직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소비자주권회의 측은 "사업 확장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국내 소비자 불만. 피해 상황에 적극적인 대처와 예방 정책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 중심 경영으로 추후 한국 시장에 진출할 해외 이커머스 업체에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계약불이행, 유해 상품 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계 온라인쇼핑몰이 국내 법을 어겨도 제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주권회의 측은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재고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를 받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해외 기반의 업체는 그렇지 않아 플랫폼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이는) 소비자 불만이 확산하는 가장 큰 요인이며 소비자 권익 중심의 정부 차원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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