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선거제도의 종류는 300개가 넘는다. 그중 비례대표제는 비례성 확보와 사표 방지의 장점이 있고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비례대표제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제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있지만, 이번 4.10 총선 역시 민주당의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의해 21대 국회에서 실패한 제도인 준연동형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비례대표제는 과거 병립형 때에는 당 대표 권력의 사유물이 되었으나, 현재 준연동형에서도 위성정당이 난립하면서 종북 반체제 인사들의 등용문(登龍門)이 되어버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직능이나 소수자를 대표한다는 비례대표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면 지역구를 늘려 유권자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농·어촌 지역 직능대표에 한정해서 비례대표를 뽑아 현 46명의 비례대표 의원 수를 2분의 1 이하로 축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논리적 근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의 12%도 안 되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여(2020년)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수도권 공화국’이 되었다. 이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도권 팽창은 사회적 비용 급증을 야기하고 비수도권은 지방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역대 정부가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그리고 혁신도시 조성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폈지만, 지난 2017년부터 다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고 상생발전을 위한 대책을 위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1을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선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헌재의 판결은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

헌재는 ‘투표 가치의 불평등’을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위에 두는 우(愚)를 범했다. 이는 ‘한강의 기적’에 의한 고도성장(압축성장)에 따라 급속하게 비수도권이 공동화(空洞化)되고 수도권이 팽창하는 한국의 특수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오판(誤判)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을 대표하는 의원 수만 계속 증가하고 지역 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 의원 수는 감소하게 되어 지방분권이나 지역균형개발은 공염불(空念佛)이 되고 말았다.

22대 4.10 총선에 38개나 되는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 공천 현황을 살펴보자.

‘국민의미래’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2명이 당선권 후보에 들었고, 한국노총 간부는 횡령 및 폭력 전과에도 추천되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연합’에는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에서 각각 1명이 추천되고 진보당에서 3명이 추천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종북 반체제 정당의 숙주가 되어 ‘극단 세력’이 국회에 무혈입성(無血入城)하게 만들면서도, “전쟁 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에서는 입시비리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가 비례 2번,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이 비례 8번을 배정받았다. 막장 공천이 따로 없다. 의원직이 피고인들의 소도(蘇塗)로 전락한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 공천권은 당원의 권리이고 특권이기 때문에 당 대표의 사천(私薦)이 아니라 진성당원에 의한 투표로 상향식으로 해야 한다. 우리 헌법과 정당법은 공직자 후보의 공천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하도록 하고 있기에 대의원투표 등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피고인들의 ‘비밀 병기(兵器)’로 전락한 비례대표제를 혁신해야 하며, 제(諸) 정당은 헌법재판소에 ‘선거구 인구 편차 2대 1’에 대한 재심(再審)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을 넘어 체제수호 세력과 체제탄핵 세력의 ‘대회전(大會戰)’이다. 전사(戰士)가 없는 국민의힘의 보수 정체성 상실에 대해 실망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0석·탄핵” 운운하는 좌파들의 기세를 꺾기 위해 ‘지구비자’(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자유통일당)로 통일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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