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피어오르자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예고하는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있는 각 구단들은 축구와 메이저리그 야구에 밀려 흥행이 저조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한층 업그레이드 된 화려한 플레이로 관중들을 사로잡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엄정욱(23·SK)이 메이저리그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시속 156km의 직구와 96km의 ‘아리랑 볼’을 장착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 타자들은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긴장해야 할 판.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시속 96km짜리 ‘아리랑 볼’이다. 느릿하게 날아오는 이 볼은 강속구에 대비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기 때문에 여기에 속아 헛방망이질을 하면 은근히 약오르는 볼이다.

게다가 시속 60km 차이를 맛 본 타자는 다음에 들어오는 156km짜리 직구가 마치 160km처럼 보인다는 것. 엄정욱이 갈고 닦은 무기는 또 있다. 속칭 ‘뽕커브’가 바로 그것. ‘뽕커브’란 SK 투수들이 100km 안팎의 초슬로커브를 가리키는 말이다. ‘뽕’하고 손끝에서 떨어져 스르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커브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뽕커브는 엄정욱 같은 강속구 투수들이 간간이 던졌을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직구와 커브의 투구폼이 다른 것도 아니다. 뽕커브의 경우 직구와 같은 폼에서 공을 잡는 그립과 손목의 각도만 차이가 날 뿐이다. 타자로서는 골치아플 수밖에 없다.엄정욱은 시범경기 동안 ‘뽕커브’ 구사 비율을 20% 정도로 높이며 갈고 닦고 있는 중이다.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한화 엔젤의 변화구 대처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뽕커브’ 규칙을 위반했다.

연속 2개를 던졌다가 홈런을 허용한 것. 비록 기분은 좀 나쁘지만 엄정욱에게는 보약같은 경험이다.엄정욱은 한번 등판에 10개 정도를 섞어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전망이다. 투수의 공이 30km 차이만 나도 타자들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속 60km나 차이가 나는 엄정욱의 난해한 투구패턴은 많은 타자들을 돌려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화 투수들은 17일 두산전서 13점,18일 LG전서 14점을 내주며 이틀 연속 두들겨 맞았다. 그러나 유승안 감독은 “타자들의 기복이 심하다. 마운드는 괜찮다”며 별로 대수롭지 않아 했다. 이유는 바로 이를 대비해 미리 저축해둔 투수들이 있었기 때문. 송진우 정민철 문동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주 한 차례 이상씩 등판하며 선을 보였는데 재활 훈련을 거친 이들 치고는 기대 이상이었다.문동환(32)은 16일 두산전에 이어 21일 SK전도 호투하며 재기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2경기 6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비자책). 첫 등판 때는 직구 슬라이더만 던졌지만 21일은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시험했고 최고 구속 146km까지 찍었다.

문동환은 주말 기아전에 한 차례 더 선발 등판해 최종 점검을 치를 예정이다. 또 정민철 송진우의 첫 등판도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정민철(32)은 19일 LG전서 최고 141km를 찍으며 분투했다. 지난 시즌 137km를 맴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스피드가 놀랄만큼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통증으로 팔을 절반쯤 구부린 상태로 투구했으나 올해는 완전히 편 상태서 던져 부상의 그늘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었다. 송진우(38) 또한 예전의 위기 관리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부활을 예고했다. 첫 등판이라 힘을 조절해 직구 빠르기가 평균 135km밖에 안 나왔지만 예리한 변화구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러나 아직 통증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진우와 정민철 또한 이번 주중 한 차례 더 등판할 예정이다.유승안 감독은 “이들이 다시 아프지만 않다면 올 시즌 정말 해볼 만하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저축투수’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조규수가 올 시즌 잘 버무려 진다면 한화는 막강한 선발 로테이션을 갖추게 된다.한편 기아 홍세완(26)이 시범경기에 복귀한다.홍세완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과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홍세완은 수술 후 그동안 피나는 재활훈련을 해 왔는데 27일 한화와의 마지막 2연전에 출전해 재활의 성과를 평가받는다. 홍세완은 당초 개막전부터 뛸 예정이었으나 “경기감각을 익힌 뒤 개막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김성한 감독이 받아들여 복귀가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홍세완은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상태. 신동수 재활코치는 “타격은 이제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다만 송구 등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홍세완은 하루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해 억대 몸값(1억2,000만원)을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수술을 받을 당시 최소 6개월로 예상된 재활을 초고속으로 끝냈다. 지난해 4번타자로 나섰던 홍세완의 실력을 감안할 때 6번타순에 2루수로 컴백할 것으로 보인다.박철우 타격코치는 “아직 (홍)세완이의 타순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4번 마해영 외에는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홍세완을 전격적으로 중심타선에 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지난해 타율 2할9푼에 팀내 홈런왕(22개)과 역대 유격수 첫 100타점을 기록한 홍세완이 부활에 성공할 경우 팀은 상당한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