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여권, 공공 정규직 10만 명 양성 ‘내막’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10만 명의 무기계약직(급여수준은 정규직보다 낮지만 복지 혜택은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체계) 전환을 두고 보수언론의 시각이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중앙일보는 11월 29일자 신문 1면에 ‘우파 복지 시대’라는 제목으로 톱기사를 실었다. 정부가 친서민 드라이브를 걸면서 민심 수습의 핵심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부각시킨 것으로 정의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지난 1일 1면 톱기사로 정부가 복지 예산을 증액하면서 예산 퍼주기를 할 경우 우리나라가 만성 재정 적자 국가가 될 수 있다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의 기사보다 한 걸음 더 나가 2일자 사설을 통해 정부가 재정 개선을 포기하고 포퓰리즘에 앞장서고 있으며 그 선두에 청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까지 적자가 나지 않는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국민에게 복지혜택을 더 주려고 하고 있다. 개발을 지향하던 정부의 기조가 복지로 전환된 그 사연에는 결국 내년에 있을 선거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내막을 살펴본다.

정부가 내년에 2년 이상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해 온 공공부문 계약직 노동자 10만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가 있자 그동안 파리 목숨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했던 계약직 노동자는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부가 계약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큰 시혜를 베푼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본디 2년 이상 상시근무를 한 노동자는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편물 구분원 1600억 원, 상여금 800억 원, 맞춤형 복지 260억 원 등 대략 2600억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1년 이상 근무한 공공 부문 비정규직 8만 명에게는 명절휴가비 등 상여금으로 1인당 30만 원 수준의 복지포인트가 지급되며, 1년이 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도 근무기간과 직무특성을 고려해 지급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내년 한해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정부 예산은 계속해서 투입될 전망이다.


균형재정 멀어지나?


정부는 내년도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3조 원 늘릴 계획이다.

예산 증액이 아직까지는 확실치 않지만 만약 증액될 경우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학 등록금 완화, 보육비 지원 등에 투입될 가망성이 높다.

예산이 커짐에 따라 현재도 적자예산을 운영하는 정부가 2013년부터 예산의 적자가 없는 이른바 ‘균형재정’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는 우선 불필요한 재정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도 긴축재정을 통해 구멍 난 예산 상태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반적인 국내 산업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농․어업 분야의 경우 직격탄을 맞아 기반마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농․어민들은 막다른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한미 FTA 반대를 표하고 있지만 이미 국회를 통과한 이상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줘야 할 판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한미 FTA 발효에 따른 농어업 분야 대책예산으로 22조1000억 원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실제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밝힌 2013년 균형재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균형재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늘어난 부분만큼 다른 분야의 예산을 감액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은 것이 내년도에 치러질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은 지역의 복지수준을 높이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공약을 내세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층마저도 외면하는 ‘우파 포퓰리즘’


올해는 포퓰리즘이란 단어가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됐다. 특히 서울지역 초등학교 전 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을 놓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여권과 정부에서도 야당과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무상급식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투표함을 개봉하지도 못하고 시장직을 사임했다.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 아닌 국민이 원하는 것이었다.

결국 정부와 여당도 이를 직시하고 복지예산을 늘려 국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와 홍준표 대표도 내년 선거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내년 총선 결과를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한 이 대통령도 여당의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당에서는 각종 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고용부분에 대한 정책을 강하게 어필하며 돌아선 민심을 돌리기에 애를 쓰고 있는 형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그 시발점이라고 하겠다.

이런 여당의 모습에 보수층마저 ‘우파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그동안 진행했던 각종 정책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기업 선진화를 주장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제하려 한다면 결국 공기업 선진화는 구호에 그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 파장이 민간 기업으로까지 번질 가망성이 높아 기업들은 정부의 ‘우파 포퓰리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다수의 비정규직이 고용된 사업장에서는 이런 정부 정책으로 인해 고용형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봉합용 정책에 사회적 갈등 예상


양대 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발표에는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아닌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원칙하에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수준과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노총 또한 “비정규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근본적인 것이 아닌 단순 봉합용으로 그 실효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을 위해 민심을 돌려야 한다는 절실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을 경우 사회적 갈등만을 양산하게 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보다 근본적이면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적자예산으로 국가 파산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마저 제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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