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본격적인 정상국가로 진입하는 과도기"

▲ 한반도선진화 재단(이사장 박세일)은 26일 '김정일 사망 이후 한반도의 진로와 과제'란 주제로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초빙해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향후 한반도의 정세와 관련해 26일 오전 9시 30분부터 ‘김정일 사망 이후 한반도의 진로와 과제’란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세일 이사장을 비롯해 남궁영 한국외국어대교수,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 고유환 동국대 교수, 류길재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 박영호·박형중·정영태 통일연구원 박사, 조건식 한국기술대학교 교수, 조영기 고려대학교 교수, 정경영 가톨릭대학교,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임연구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 앞서 박세일 이사장은 긴급토론회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김정일 사망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체제로서의 북한이 본격적인 정상국가로 진입하는 과도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정의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앞으로 6개월간은 극히 불안정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2년 안에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개혁개방이 우리가 생각하는 남한과 더불어 한반도 주변의 개혁개방일 것이며 그럼 한반도는 안정모드로 접어들고 통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 김정은 체제 속에서 앞으로 2년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장은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 여하튼 금년, 내년이 한반도 50~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 있을 선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의 권력 승계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그가 권력 승계 이후 단기,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상황의 변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정영태 박사는 “4~5년 정도는 현재의 기본 체제가 유지될 듯하다. 앞으로 노동당 자체가 제대로 기능하는 것으로 변화할 것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군부 내에서 분파가 생길 수도 있다”며 당분간 김정은 체제가 무리 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박형중 박사는 “권력연합이 지탱하려면 충분히 벌어서 충분히 나눠줘야 한다. 반역하면 죽게 되고, 충성하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며 “김정은이 권력을 잡았으니 충성을 보이려면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따라서 2012년 후반기에는 심각한 상황에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경제적인 문제가 내년 말에 촉발돼 군사적 도발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류길재 교수도 “김정은 체제의 안정은 1년 정도로 본다”며 “고위 간부들이 담합을 통해 이익을 유지할 것이지만 김정일과 같은 사람이 빠져버리고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김정은이 들어왔을 때 얼마나 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김정은 체제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밝혔다.

정경영 교수도 박형중 박사와 비슷하게 “군사적 도발은 있을 수 있다”며 “심각한 경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결속시켜 나가면서 자구책 강과, 특히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거둔 것을 직시하면서 분명히 중국식 경제모델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직면해 있는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에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원조에 의지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조건식 교수 또한 김정은 체제가 단기적으로 2~3년 정도일 것이라고 예견하며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준 것은 일종의 ‘쇼’라며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병세로 쓰러지기 전부터 진행돼 왔던 작업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중국의 경제적 원조가 당분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감하며 중국이 이렇게 북한에 원조를 하는 것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 해 북한을 자신의 영향력 안에 두고자 하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김정은이 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는 것에 일부의 견해에 대해서는 외국 생활과 개혁개방은 하나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전면적이지는 않을 것

토론자들 대부분은 북한의 개혁개방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제 자체를 위협할 정도의 전면적인 개혁개방에는 무리수가 따를 것이라는데 공감했다.

박영호 박사는 “북한 수뇌부가 황금평, 나진·선봉지구 등 김정은을 지도자로서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과는 달리 새로운 것을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건식 교수는 “김정은이 개혁하려는 마인드가 있기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개혁개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기 나름대로 나간다고 하면 개혁개방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힘들 것”이라며 북한의 전면적인 개혁개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기 박사는 북한의 개혁개방에는 중국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조 박사는 “중국 입장에서 동북3성이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필수적이라는 논문이 많다. 중국이 북한에 개혁개방을 강제하려는 요구가 많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타의적으로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은 “중국의 원조 뒤에는 북한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는 그런 두려움은 없는 듯하다”며 “결국 한미의 원조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다른 토론자들과는 차이를 보였다.

토론자들은 현재 북한은 이전 체제와는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당분간은 김정은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에는 공감하면서 불안정한 체제 후에 안정화가 될 것인지 아니면 안정화 후에 불안정한 시대가 올 것인지에 대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김정은이 권력 승계가 김정일 사후에 바로 일어난 것이 아닌 그 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것에는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토론자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염두를 해야만 하고 도발 시 지금처럼 사과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면서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북한에 대한 지원은 작은 것은 민간이 하고, 큰 사업은 정부가 진행하면서 북한의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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