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젊은 나이에 결혼하여 딸을 낳았으나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행방을 감췄고, 딸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사망해 그 여파로 우울증을 심하게 앓게 된 박모씨(여·47).

박씨는 우울증으로 인해 3년 동안 매일 술에 의지해 살다가 자살도 많이 생각해 극한 상황까지 갔다가 다행히 집주인이 심각성을 알고 주민센터에 신고에 치료를 받게 됐다.


퇴원 후에도 갈 곳이 없던 그녀는 노숙을 하다가 재입원을 하게 되었고 이후 열린여성센터에 입소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적응 기간에도 술을 먹었고, 외박도 잦았으며 죽고 싶다는 말도 많이 했다.


몇 달 후 그녀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으며 음식 만드는 것에 재주가 있는 박씨는 여성노숙인 주간센터인 ‘일·문화카페’에서 하고 있는 무료급식(도시락)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그 후 박씨의 얼굴에는 조금씩 웃음이 돌아왔다.


박씨는 근로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 맛있는 밥과 반찬을 만들었고, 힘든 시절 빚졌던 부채도 모두 상환했다. 그리고 현재는 일반 식당에 취업해 열심히 근로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씩 어려운 분들을 위한 자원봉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박씨와 같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번 돈 중 저축비율이 가장 높은 70명을 올해의 저축왕으로 선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4억6000만 원을 벌어서 그 중 절반 이상인 2억6000만 원을 저축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2일 밝혔다.


올해 서울시는 23개 보호시설에서 1222명의 저축실적을 검토해 그 중 70명의 저축왕을 선발했다.


저축왕이 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꾸준히 근로소득이 있어야 하고, 주택청약저축을 들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저축왕으로 선발된 노숙인들은 자활·자립 의지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뽑힌 노숙인 저축왕들은 지난 8개월 동안 한 사람당 평균 656만 원을 벌어, 그 중 절반이 넘는 375만 원을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7명은 수입금의 90%가 넘는 저축률을 기록해 번 돈 거의 전부를 적립하며 악착같은 자립의지를 보였다.


선발된 노숙인 중에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거리에 나선 여성, 사업이 망해 자살을 기도했던 가장, 부도 날 때 진 빚을 죄인의 심정으로 다 갚은 사람, 장애를 가진 노숙인 8명 등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발한 개인 중 상위 10%인 7명에 대해서는 상장을 수여하고, 70명 전원에게는 3월에 약정할 ‘희망 플러스 통장’ 가입자로 추천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발된 사람 중 일부는 내년도 저축의 날 표창대상자로 추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노숙인들의 저축을 관리하고 있는 복지시설 중 저축 실적이 우수한 시설 6곳도 선발했다.


6개 시설 선발은 개인 저축 관리, 시설의 저축액 증가, 주택청약저축 관리 등 3개 부분에 대해 이뤄졌다.


시는 선발된 우수시설의 저축관리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국내 여행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네 돌을 맞은 ‘2011 서울시 노숙인 저축왕 선발사업’은 보호시설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근로 소득 중 저축비율이 높은 사람들을 선발해 시상하는 제도로서 노숙인들의 저축을 장려하고, 보호시설의 체계적인 저축관리를 위해 2008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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