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살포 "모르는 일" 버티기, 측근 진술 번복에 무너져

▲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의장직을 사퇴했다.<사진자료=뉴시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윗선'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모든 책임을 지고 저는 국회의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박 의장을 대신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문을 발표했다.

박 의장은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며 “관련된 일들은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달라”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그는 그간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전대 돈봉투 살포를 모르는 일이라며 버티기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조금씩 실체를 드러나고 정치권과 국민적 비판여론에 밀려 3개월여 남은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공식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였다.

역대 국회의장 중 임기를 남겨두고 중도 퇴진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지만 비리 사건에 연루돼 퇴진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이 의장직 사퇴와 함께 의원직까지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박 의장의 사퇴 발표는 그의 전 비서 고명진 씨가 당초 2008년 전당대회 직후 고승덕 의원실로부터 300만 원을 돌려받았다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던 진술을 뒤집은 것이 결정타가 됐다.  

최근 고 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 보고했고 돌려받은 돈 봉투를 당시 캠프 재정담당이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실토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검찰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자신을 향해 죄여오는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사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새누리당 전대 돈봉투 검찰 수사도 막바지에 이르러 ‘윗선’이었던 박 의장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은 박희태 국회의장 사퇴문 전문>

박희태 국회의장의 입장발표를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 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합니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제 책임으로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고동석 기자>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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