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사업장 비정규직 32만 5932명 고용 전반 흔들

▲ 대법원이 23일 오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파견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금속노조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서울=뉴시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제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에 사내 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때문에 줄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로 조선과 철강, 화학, 기계공업, 자동차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현대차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재판에서 승소한 원고를 포함해 2년 이상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현대차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전체 노동자의 22%를 차지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는 2010년 기준으로 8196명.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2600억원에 달하는 초과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에서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해보면 노동부 집계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사업장 1939개소에서 전체 41.2%에 사내 하청 비정규직원들이 파견 근무 중이고, 인원수로는 전체 24.6%인 32만 5932명에 이른다. 역시 이들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5조 41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주의 입장을 대변해온 경제단체들 사이에선 우려와 불만이 뒤섞여 흘러나온다. 심지어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제조업에서 관행으로 묵인돼 온 불법파견을 금지하는 길이 열렸다”며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하루 빨리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정부와 재벌은 사내하도급이라는 위장된 형태의 간접고용 확대정책을 폐기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산업계 고용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사내 하청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형태를 ‘불법 도급’으로 규정한 만큼 2년 이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하청 계약해지나 해고 사태가 또다시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이 또 다른 대량 해고 후폭풍을 낳을 지 주목된다.

고려대 박지순 교수는 "이번 대법 판결은 도급 계약을 파견으로 해석할 범위를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기업들 입장에선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줄소송이 잇따르면 기업들은 생산현장에 근무 중인 사내 하청 근로자에 대해 대량 해고로 부담을 해소하려는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올 7월 이후 비정규직 보호 관련 법률이 시행되면 2년 이하의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곧바로 정규직화 해야 한다"며 "때문에 상반기 내 사내하청 계약이 만료되는 기업들 사이에서 재계약을 취소하는 형태로 대법 판결의 부담을 피해가려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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