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단 영입 16년, 여전히 중상위권인 성균관대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시쳇말로 명문대학을 나타내는 ‘SKY’가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의미하는 말로 이 세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골고루 포진되어 있어 후배들에게는 자부심으로 통한다. SKY를 제외하고는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등이 중상위권 대학으로 분류되며 SKY의 아성을 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세 대학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SKY 대학은 그동안 배출한 선배들의 열렬한 지지와 국내 굴지 기업들의 기부를 통해 인프라 확충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재벌이 재단으로 참여하지 않고서도 훌륭한 업적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재계 순위 1위인 삼성이 재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성균관대는 아직 SKY 뛰어넘기는커녕 그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으로서는 자존심을 구기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과연 그 안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살펴본다.

선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이 ‘인재’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강조했던 만큼 삼성은 1996년 성균관대에 재단으로 참여하게 된다.

당시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찬반 격론이 치열했다. 이미 1977년 성균관대 운영에서 손을 뗀 바 있는 삼성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특히 삼성이 재단에서 물러날 때 부동산과 관련된 잡음이 있었기 때문에 또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심과 함께 배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1991년 봉명재단이 떠난 이후 성균관대의 발전 속도가 늦춰지며 상위권 대학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중상위권 대학과의 간격은 좁혀짐에 따라 학교의 위상이 많이 실추된 점을 들어 삼성의 영입을 찬성했다.

결국 삼성은 성균관대 재단으로 또 한번 영입됐다.

재단 참여 삼성, 광폭 행보 벌여

삼성이 재단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몇 년간 성균관대의 발전은 정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전에도 거의 없었던 재단전입금이지만 그마저도 아예 없는 상황이 돼버리자 대부분의 시설투자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고, 시설의 노후화와 장학금 혜택의 미비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삼성은 재단으로 영입되자마자 곧바로 시설 확충에 나섰다.

노후화된 문과대학 건물을 헐고 그 곳에 600주년 기념관을 지었으며, 다른 건물들도 전면 개보수를 통해 다른 학교에 뒤지지 않는 학교시설을 갖추었다. 또한 해마다 수백억 원에서 1000억 원이 넘는 재단전입금을 지원하면서 성균관대는 양적으로는 눈에 띌 정도의 성장을 거뒀다.

특히 2007년에는 재단전입금이 1092억 원이나 돼 국내 최초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삼성의 파워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때에는 기부금 또한 대폭 늘어 수백억 원을 넘으며 성균관대는 일약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뛰어넘을 듯한 모습을 보이며 삼성이 지향했던 ‘초일류’가 눈앞에 보인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호암관' 공식 사용 부활로 학생들과 마찰

삼성은 재단으로 영입되며 재학생 및 졸업생들과 마찰을 빚었다. 그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잘 불려지지 않았던 호암관의 명칭이 공식적으로 얘기되었던 것이다. 물론 호암관은 이전부터 건물대장에 호암관으로 등재되어 있어 호암관의 사용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호암관을 심산관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심산관의 이름은 초대 총장인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의 호에서 따온 것으로 ‘심산’이란 이름은 성균관대생들에게는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를 이병철 선대 회장의 호를 딴 호암관으로 공식사용하려 하자 그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었다. 반발은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에게까지 퍼지며 삼성의 재단 영입 반대 운동까지로 확산될 지경이었다.

이후 학내에서는 의대가 신설됨에 따라 그동안 성균관대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의과대학이 생겼지만 당장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병원은 없었다.

삼성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의과대학의 교육병원이며 지난 2010년 7월에 문을 연 삼성창원병원만이 부속병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삼성창원병원이 성균관대 의대 부속병원인 것을 표시하는 곳은 연혁에 단 한 줄뿐 어디에서 성균관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삼성은 성균관대에 재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삼성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 없음과 동시에 성균관대의 이름을 널리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폭적 신뢰받지 못하는 삼성

삼성의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들을 선발하면서 성균관대의 위상은 높아졌다.

2010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잘 가르치는 대학’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국외학술지(SCI)게재 논문 건수도 2782편에 달해 세계 100위권에 진입했다. 또한 교수 1인당 연구비도 1996년 평균 1000만 원에서 1억6900만 원으로 크게 늘어 교수들의 연구 활동도 활발해 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삼성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올해 대학 등록금 인하에서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2%에 머물며 재학생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또한 특정 학과·학부에만 지원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 다른 과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삼성에서 막대한 재단전입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이 의대에 투자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 유무를 떠나 이런 소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과 교수들은 실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재단인 삼성의 얘기를 꺼내는 것이 금기가 될 정도로 삼성의 입김이 너무도 많이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일류 가능성에는 ‘갸우뚱’

사회에서 일류 대학을 평가할 때 고시 합격률, 취업률, 교수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흔하다.
성균관대의 경우 대체로 이런 분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학교 측의 지원과 개인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어 삼성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다면 그 수치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이 재단으로 영입 이후 졸업생들의 삼성 취업률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삼성이 대학을 자신들에게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양성소로 생각해 대학 운영을 기업 경영하듯 했다는 평가 또한 있어 어떤 선뜻 한 쪽의 주장만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대학’이란 말은 ‘크고 폭넓게 배우는 곳’을 의미하지만 기업이 재단으로 영입된 대학에서 학교 측과 학생들 사이의 ‘기업식 경영’을 놓고 벌이는 갈등은 ‘크게 배우는’ 대학의 이미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가끔 친구들이 ‘학교 졸업하면 삼성에 입사할 수 있어서 좋겠네’라며 비아냥거릴 때면 대학에 공부를 하기 위해 들어온 건지 아니면 삼성에 취업을 하기 위해 들어온 건지 비애감이 들 때가 있다”는 한 학생의 말에는 삼성이 성균관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글귀와는 다르게 성균관대 발전이 삼성의 공으로만 돌려진다면 이는 삼성이 추구하는 ‘초일류’ 행보와는 오히려 멀어진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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