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지난 20일 성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8개월 간 방치한 혐의(존속살해 등)로 구속기소된 지모(19)군에 대해 장기 3년 6월에, 단기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과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으며 “고인을 추모할 기회가 있어야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 본인의 노력과 선택이 중요하며 사회의 노력과 지원,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지군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심신미약 상태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변호인 측은 “지군은 어머니의 학업에 대한 집착 때문에 학대와 체벌에 시달려 왔으며 사건 2일 전부터 어머니가 잠도 재우지 않고 음식도 주지 않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지군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공주치료감호소 검사 결과를 증거로 재시하며 “지군의 정신감정 결과 지군은 정상이었다”며 “사건 당시 지군의 범행동기가 확실하고 정신도 멀쩡했다. 심신미약은 객관적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데 변호인 측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다”고 변호인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 측이 위촉한 전문심리위원인 허찬희 영덕제일병원 병원장은 “지군의 범행 전후 심리 및 정신상태는 사물변별 능력 및 의사결정능력이 감소한 심신미약 상태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재판에 출석한 허 병원장은 “지군은 어머니와 관계에서 ‘신생아와 어머니 사이에 보이는 공생적’관계의 정신병리적 현상을 보인다”며 “지군의 어머니는 지군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신의 욕구를 대신 충족해 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 것으로 보이며, 이런 불건강한 모자관계에서 지군은 어머니의 폭력에 항거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허 병원장은 또 “지군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어머니에게 평소 받는 체벌에 대한 항거 능력이 결핍돼 있었으며,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자신을 의지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학대를 받는 상황이었던 점 등으로 미뤄 지군은 범행 당시 심신 미약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이 배심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7명도 지군을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했다.

재판정에 교복차림으로 나온 지군은 최후 진술에서 “어떤 이유를 대도 씻지 못할 죄를 지었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한편 지군은 지난해 3월 13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공업용 본드 등으로 문을 밀폐시킨 안방에 시체를 8개월 간 방치해왔다.

지군은 2006년 전 남편과 별거한 후 자신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며 높은 성적을 요구하고 체벌하는 어머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어머니가 잠도 재우지 않고 골프채로 체벌하고 밥도 주지 않자 잠을 자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지군의 아버지가 이혼 소송 중인 지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신고를 하고 집을 찾았다 경찰과 함께 안방에서 시체와 흉기를 발견해 지군의 범행 일체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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