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광영 기자] 돼지엄마의 최종목표는 자녀를 SKY대(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자신의 성공까지 이뤄낸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학원 내 상담실장을 맡거나 직접 학원을 차린 돼지엄마들이다.

학원에서 돼지엄마를 상담실장으로 쓰는 이유는 자녀를 이미 명문대에 보내봤던 경험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김은실 진학전문컨설팅 7멘토 대표는 “중형급 이하 학원에서 돼지엄마를 1년 정도 얼굴마담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단기계약이라 급료가 적지 않다”며 “전문적이진 않지만 자식을 명문대로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들의 멘토를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돼지엄마가 학원을 직접 차린 경우에 대해 김 대표는 “상담실장을 하다가 학원을 차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단계를 거쳐 자신의 인맥과 입소문을 통해 잘나가는 학원 몇 군데를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반적이거나 앞으로 늘어나는 추세는 아니다. 특별 케이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개업을 도와주는 스폰서의 존재에 대해서는 “대형학원 같은 곳에서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대표는 “대치동에 10년 이상 거주한 엄마들이 아니면 학원 차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 학원경영이 어렵기도 하고, 제 아무리 인맥이 넓은 돼지엄마라도 운영의 노하우가 받쳐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직접 학원을 차린 것은 아니지만 대치동의 가장 큰 손이었던 돼지엄마의 충격적인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소규모였던 A학원이 돼지엄마의 힘으로 급격히 성장했는데 돈 문제 등으로 사이가 깨져버렸다. 학원 측은 돼지엄마가 없어도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돼지엄마는 자기가 데리고 왔던 엄마들을 모두 끌고 다른 학원으로 가버렸다. 결국 A학원은 순식간에 망했다”고 폭로했다.

놀라운 사실은 가장 큰 손이었던 돼지엄마가 알고 보니 ‘돼지아빠’였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돼지아빠는 거의 드물다. 그분 역시 특별한 케이스였다. 일찍 끝나는 직장이라 퇴근 후 밤늦게까지 활동했다”며 “그분이 남자라서 인맥관리도 잘했고, 아빠가 돌아다니니까 더 믿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분이 가진 리스트는 정말 화려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직업적’ 돼지엄마들과 학원의 거래는 어떻게 이뤄질까.

김 대표는 “사례금을 그냥 받으면 아무래도 추후에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잔뼈 굵은 돼지엄마들은 사례금을 주로 장학금 명목으로 받는다. 물론 받는 곳은 아이통장이다”라고 얘기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 대표는 “여기서 아이를 공부시키려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특목고나 유학을 보내려면 연간 수천만 원이 드는 현실”이라며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아이도 공부를 잘하는 가정의 엄마는 굳이 이렇게 활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는 가정의 엄마들이 자신이 돼지엄마인지도 모르고 학원과 부딪히면서 우리에게 돼지엄마로 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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