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시신을 280조각 토막 내…엽기적”

▲ 지난 1일 밤 경기 수원 조원동에서 길을 가다 부딪쳤다는 이유로 20대 여성을 집으로 끌고가 살해한 조선족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린 지난 5일 피의자 우모씨가 사건현장에서 범행을 재현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 살해사건의 수사 전말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미흡한 대응에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8112신고센터와 수원중부경찰서 등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에 대한 신고접수·지령·현장조치 등 경찰의 대응은 초동 조치에서부터 총체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미흡한 초동대처 피해 키워

경기경찰청 112센터는 미흡한 초기대응으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근무자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신고자 A씨의 위치와 주소를 반복해서 질문하는 등 신고접수가 미흡했고 지령요원에게는 범행장소를 특정할 만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특히 112센터 근무자는 A씨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누락했고, 접수 처리를 총괄하는 센터 팀장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지령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직근무자들이 공청시스템을 통해 A씨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부부싸움으로 여기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신고자 위치를 추정하고도 이 내용이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경악케 했다.

또 관할 수원중부경찰서 상황관리관도 단순 성폭행 사건으로 판단해 현장경력 추가 배치나 보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에도 이튿날 오전에 나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살해 및 시신훼손

이번 사건의 범인인 조선족 오원춘 씨는 검거당시 시신을 훼손하고 있었고 이를 담기 위해 동네에서 비닐봉투를 구하러 다닌 흔적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너무 엽기적이어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봉지 하나당 20여 점씩 살점 덩어리가 총 280여점 담겨있었다. 오씨가 A씨의 온몸을 난도질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2007년 한국에 들어와 경기도 일대에서 막노동을 해 한 달에 150~200만 원 정도를 벌어 생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엔 아내와 자식이 있다고 전했다.

오씨는 난 술을 즐기고, 이 날도 술 마시고 바람 쐬러 나왔다가 피해자와 어째가 부딪히자 A씨가 시비를 걸었다면서 난 한 달에 한 번은 사창가에 갔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오씨의 집에서는 출장 성매매를 암시하는 명함크기의 광고들과, 여성 누드사진으로 만들어진 카드, 담배 한 보루, 옌볜(延邊) 주류공장에서 생산한 5L짜리 라오차오양(老朝陽) 중국술(白酒)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의 진술을 토대로 오씨가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법의학적으로 볼 때 극단적 살인은 성적인 좌절감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경찰수뇌부 줄줄이 사퇴

조현오 경찰청장은 9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2 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 부실 수색 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다. 경찰청장인 저도 어떠한 비난도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이전 사건 전반에 대한 잘못과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지난 8일 감찰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와 수원중부경찰서 등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 경찰이 기본적인 책무를 완수하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반성했다. 또 국민들과 A씨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112 신고센터가 우리 아이를 죽였다. 온 국민도 알고 경찰청장도 알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 경기청장도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해 미흡한 대처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경찰조직의 쇄신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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