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광객 ‘한국관광’이 ‘기생관광’으로 둔갑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최근 일본 대지진 증후군에다 엔고 현상 지속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불법 성매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06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춘 일본인 관광객의 성매매 이른바 ‘기생관광’이 명동 등에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해온 조직 ‘명동산악회’가 지난 5일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만큼 신분이 노출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명동에서 17개월간 호객행위를 하며 성매매를 알선해왔다. 이처럼 최근 기생관광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키고 있다.

외부 호객꾼이 자신들의 영업지역 침범하지 못하도록 위력 과시
강남·미아리 일대에 안마시술소 지정해 일본 관광객 데려다 줘

수년째 서울 명동 일대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를 해온 김모(58)씨는 2010년 위기를 맞았다. 김씨는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일본인 관광객 대상으로 무차별 호객행위를 해 돈을 벌어왔었다. 그런데 타 지역에서 명동으로 건너 온 호객꾼들이 일본인을 앞세운 채로 조직화 해 호객행위를 벌이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명동 일대 독식한 ‘명동산악회’

이대로라면 상권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한 김씨와 명동 토박이 호객꾼 30여 명은 같은 해 8월 ‘명동산악회’를 조직했다. 명동산악회는 명동 일대를 중심으로 일본인 관광객에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를 집중적으로 하고 외부 호객 세력을 배척하기 위한 조직으로 ‘산악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조직 이름은 명동산악회였지만 이들이 함께 등산을 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동산악회’를 조직한 이후 명동 상가 일대 지역을 빠른 속도로 장악했다. 조직원들은 4~5명이 1개조를 이뤄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왕래하는 명동 R호텔 입구 등 주요 목을 선점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명동 일대의 외부 호객꾼들이 자신들의 영업지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위력을 과시했다.

이들은 일본인 남성 관광객들의 손목을 잡아끌어 당기면서 일본어로 “안마시술소, 미아리에 가면 예쁜 아가씨들이 있다”, “예쁜 한국 아가씨와 연애하고 가라”, “선호하는 여성은 어떤 타입인가. 소개해주겠다”는 등의 말을 하며 호객행위를 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일본인 관광객에게도 끈질기게 호객행위를 해 업소로 데려갔다. 일본인 남성 관광객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 곧장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이들은 보통 1회 성매매 대가로 일인당 21~25만 원을 제시했다.

17개월 만에 25억 챙겨

이들은 성매매에 응하는 일본 남성 관광객들을 직접 성매매업소에 데려다 줬다. 이들은 택시나 승용차·승합차 등으로 강남과 미아리·이태원 일대 안마시술소에 인계해줬다. 이들은 알선료로 1인당 평균 10만 원씩 받아 개인 당 월 평균 수입이 500만 원에 달했다. 이들은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 중년 남성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매매 알선으로 17개월간 25억 원을 챙길 수 있었다.

이들은 성매매가 끝나 업소 밖으로 나온 일본인 관광객을 다시 투숙호텔까지 데려다 주는 방법으로 은밀히 단속망을 피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미아리 일대에 안마시술소를 지정해 놓고 일본인 성매수남을 공급했다”며 “업소들에게 별도로 찬조금 형식으로 돈을 갈취해 지난해 12월 단체로 3박 4일 일정으로 필리핀 여행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달 9일 강남의 한 호텔 뒤편 안마시술소 현장을 급습한 날에도 일본인 관광객 15명이 붙잡혔다. 이 안마시술소에는 일본인 관광객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합차를 이용해 안마시술소까지 이동한 일본인 관광객들은 세 그룹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현장에서 붙잡힌 일본인 관광객들은 불구속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국내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주로 입국하는 금요일에는 강남·이태원·미아리 등지의 성매매 업소의 주요고객이 일본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본 성매수남의 나이는 40대에서 68세까지 다양했다”며 “도쿄·나고야·아이치현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들 조직은 또 호객행위 도중 외부 호객꾼과 마찰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합의금과 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하기 위한 회비 5~7만 원을 걷었다.

조직까지 결성해 명동 지역 성매매 알선을 독점하다시피 한 명동산악회는 지난 1월 자신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껴 조직을 해체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동에 성매매알선 조직은 명동산악회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이 1월 중순께 해체한 뒤에도 개별적으로 활동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불법 조직을 결성한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등)로 명동산악회 조직원 27명을 검거하고 회장 김모(58)씨 등 간부 5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성매매업소 운영자 및 종업원 11명과 성매매 여성 14명, 성매수 일본인 관광객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명동산악회 조직원 및 성매매 제공업소 추가 검거를 위해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성매매업소와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달아난 조직원 3명을 지명 수배했다.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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