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상태에 빠져버린 룸살롱 업계

[일요서울|서준 프리랜서] 지난 7월초 검찰이 국내 최대의 성매매 룸살롱을 압수 수색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또다시 ‘성전(性戰)’, 즉 성매매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냐는 두려움을 표하고 있다. 검찰은 해당 업소가 경찰에 금품로비를 한 혐의를 잡고 경찰과 유흥업계 간의 유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과거 ‘룸살롱 황제’라고 불렸던 이경백이 검거된 이후 또다시 시작된 대형 룸살롱 단속이라 ‘제2의 이경백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의 대대적인 단속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대립의 선상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경찰의 비리를 본격적으로 파헤치면서 수사권 논쟁에서 기선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룸살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은 국내 유흥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룸살롱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상황을 집중 취재했다.

‘손님에게 전화나 문자 돌리자 말라’ 적극영업 중지
“이제까지 업소와 경찰의 관계는 비밀 아닌 비밀”

현재 룸살롱 업계는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대의 룸살롱이 단속을 당했다는 소식이 업계에 퍼지면서 관계자들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한 업소 관계자의 이야기는 현재 이들이 느끼는 체감지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룸살롱 업계 ‘극도의 위기감’
“솔직히 지금과 같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단속이 터지기 시작하면 업소 영업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기사 내용을 보니까 손님들도 소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소식을 들은 손님들이 과연 룸살롱에 가겠는가. 우리들로서는 극도의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제발 경제가 위기일 때에는 우리들도 좀 가만히 놔두면 안 되나. 우리들도 모두 세금내고 소비경제에 일조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특별히 뭔가 문제되는 일도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단속을 해버리면 정말 우리들은 살길 자체가 막막해진다.”

일부 손님들은 자신들이 단골로 있던 업소의 영업 상무에게 문의전화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혹시 내가 단속 되는 거 아니냐’라는 단순 질문에서부터 ‘만약 나에게 연락이 오면 단골관계를 끊겠다’는 협박성 멘트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일부 업소들은 아예 적극적인 영업 자체를 중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업소의 경우 중소형 업소들보다는 대형업소들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단속을 당한 업소 역시 국내 최대의 업소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아마도 비슷한 덩치를 가진 업소가 단속을 당하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이다. 한 대형 업소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제부터 ‘손님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돌리지 말라’는 긴급 지시가 내려왔다. 장사도 장사지만 한번 단속이 되면 그 업소는 거의 망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지금은 최대한 몸을 사리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솔직히 우리들도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기 시작하면 우리도 답이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재로서는 그러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나중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관계와 정기적인 뇌물 상납이나 성상납이 최대의 관건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경찰들이 더 이상 과거처럼 룸살롱 업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경찰들도 이런 일이 생기기 시작하면 최대한 조심을 하게 되고, 그렇다면 뇌물이나 성상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공권력의 기강을 세우는 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현상이지만, 업소들의 입장에서는 경찰들을 관리할 수 없다면, 자신들이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경찰에게 돈이나 성상납을 해서 그들을 한 ‘가족’으로 엮어야 하는데, 그러한 시도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우려하는 업소 관계자들도 많다. 또 다른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룸살롱 아가씨들의 수입도 급격하게 하락
“솔직히 이제까지 업소와 경찰의 관계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누군가가 본격적으로 들춰내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 거래가 있어왔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물론 그런 비리 경찰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경찰들이 있었기에 룸살롱들은 그간 단속으로부터 안전했고 어느 정도는 보호 아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런 보호막이 걷히게 되면, 위험한 것은 업소들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업소들의 두려움은 업소 자체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룸살롱 최대의 구성원 중의 하나인 ‘나가요 아가씨’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룸살롱 아가씨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룸살롱 5년 차인 김모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나도 경찰이나 검찰 사람들이 룸살롱에 왔을 때 시중을 든 적이 있었다. 직접 만나본 그들은 사실 일반인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들 역시 여자들의 허벅지를 더듬는 등 ‘피아노’를 하면서 술을 마시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것은 ‘권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자기들이 좋을 때는 룸살롱에서 즐기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단속을 하는 것은 지극히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이 아닌가.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 서민들 밖에 더 입겠는가.”

이번에 단속이 시작된 이후, 아가씨들의 수입도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손님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매매 자체는 절대로 하지 않고 있어서 아가씨들의 주수입원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이야기다.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아가씨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테이블 차지’라고 불리는 팁 정도 밖에 안 되서,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도 빠듯한 실정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단속은 반드시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비록 업계 종사자들도 평범한 우리 사회의 소시민일 수 있어도 결국 그들은 불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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