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최은서 기자]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중요기관들의 합동결정 형식으로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았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군인 서열 1위인 이영호 총참모장이 ‘팽(烹)’을 당한 날로부터는 꼭 이틀 만의 일이다. 이는 군내 강경파로 알려진 리영호 숙청 이후 외부서 불거진 권력암투설을 불식하고 권력구도 공고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장성계급은 소장, 중장, 상장, 대장, 차수, 원수, 대원수로 구분된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당 대표자회에서 대장 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말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후 6개월여 만에 최룡해, 현영철 등이 갖고 있는 차수 계급을 뛰어 넘어 원수로 등극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당·군·정을 아우르는 권력을 형식측면에서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영원한 최고 영도자’로 추앙받는 김일성 주석은 39살이던 1953년 2월 원수 호칭을 받았고 사망하기 2년 전인 1992년 대원수에 추대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50살이던 1992년 원수 호칭을 받고 사후에 대원수 호칭을 받았다.

이처럼 북한군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대원수는 사망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 두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김정은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위상을 과시하고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리영호의 숙청을 시작으로 군의 주요 보직과 군단장, 사단장 급에 대한 북한 군부의 대폭적인 물갈이도 예상되는 등 당은 강화하고 군부의 힘을 빼는 권력 재편에 들어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은이 리영호를 밀어내고 측근인 현영철을 군부핵심으로 올린 후 대장 칭호를 받았지만 실제 권력측면에서도 완벽한 1인자 자리를 굳힌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 교수는 “김정일 시대가 선군정치 시대였다면 김정은 시대는 선당장치까지 이야기하기 힘들겠지만 이당제군(당으로 군을 제압하는 것)이 되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원수’ 계급을 가짐으로서 본격적으로 친정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군부장악의 결과로서 원수 추대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군부를 장악했다고 보기 힘들고, 군부장악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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