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퇴폐업소 단속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최근 강남구에서 유흥업소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시작했다. 과거에 구청에서 이러한 본격적인  퇴폐 업소에 대한 단속을 하기는 힘들었다. 우선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만약 해당 업소에서 문을 걸고 단속에 불응하면 속수무책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그저 발길을 돌릴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속의 한계를 인식한 강남구와 강남경찰서는 공조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 강남구에서는 이른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았다. 이제는 강제로 업소의 문을 뜯고 들어갈 수도 있고, 수사에 불응할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강남구청의 불법퇴폐업소 단속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선진적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찰이 일일이 단속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구청에서 직접 나서니 보다 효율적인 퇴폐업소 단속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단속의 효율성. 과연 구청직원이 직접 나선 이러한 단속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취재진은 유흥가 업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방식의 단속의 효용성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강남 최대 호스트빠 들이닥치자…

특별 사법경찰관들이 호스트바에 들이닥친 것은 지난 8월 초순. 첩보를 받은 이들은 거칠게 호스트바로 밀고 들어갔고, 현장에서의 물증을 잡기 위해 곧바로 민첩한 행동에 들어갔다. 여성들과 있으면서 윗옷을 벗은 남성 접대부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이러한 사진이 있으면 바로 ‘퇴폐영업’의 물증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업소의 경우에는 남성 접대부만 60여 명을 고용한 강남 최대의 호스트바이다. 그만큼 그간 강남구에서는 이들을 예의주시해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사법경찰관들의 거친 기세에 비해 단속 실적은 초라했다. 불법 퇴폐 영업의 현장증거는 잡지 못한 채,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의 유통과 불법으로 개조한 방에서 영업을 했다는 점밖에는 적발을 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도 충분히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고, 해당 업소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줄 수는 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현저하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적발과 영업정지 정도는 여느 음식점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 이른바 ‘퇴폐 유흥업소를 단속한다’는 모토를 걸고 행해진 단속에 비하면 그 실적이 초라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단은 현행법상 ‘물증’이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크다. 불법 퇴폐 영업이라면 성관계나 그에 준하는 어떠한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사실. 만약 옷을 벗고 있는 정도라면 충분히 적발이 가능하겠지만, 그 정도는 본격적인 처벌을 하기에도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에는 해당업소의 폐쇄에까지 가능해야 단속의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즐거운 것은 호스트바업주이다. 성관계가 직접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다음에야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실제 한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말처럼 퇴폐업소의 단속이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휴게텔이나 안마 업소의 경우에는 현장을 급습하게 되면 성매매 현장을 단속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룸살롱이나 호스트빠 등이다. 이런 업소들은 현장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고, 대개 인근 호텔이나 모텔로 이동해서 성매매를 하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현장을 잡지 않고는 단속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모텔이나 호텔 등은 전혀 다른 업종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일방적인 단속도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그저 손님들에게 방을 내어줄 뿐, 그들이 직접 손님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경찰도 함부로 단속을 할 수가 없다. 업소에 대한 특별한 혐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영업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묘한 지점 때문에 퇴폐 업소를 단속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은 ‘왜 경찰이 그런 것도 단속하지 못하냐’고 볼멘소리를 하겠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룸살롱, 호스트빠 잡아야 성매매 뿌리뽑힌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상황을 악용하는 업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영업’을 표방하고 실제로 모텔과 호텔을 이용해 성매매를 지속적으로 알선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찰의 단속도 피할 수 있고 계속해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업주들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때로는 호빠에 근무하는 남성들 역시 이러한 단속의 위험을 느끼지는 하지만 정작 처벌을 매우 가볍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초범일 경우에는 훈방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고, 또한 ‘이 세계에 있으면서 단속 한 번 안 되면 초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도 이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마치 조폭들이 감옥에 다녀오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맥락이다.

어쨌든 이러한 다양한 요인 때문에 현재 이러한 불법 퇴폐 업소들은 꾸준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불법 성매매도 결코 뿌리 뽑힐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자칭 타칭 ‘유흥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여러 가지 변태업소들이나 유사 성행위 업소들은 전체적인 대한민국의 성매매 산업에서 있어서는 ‘가지’들에 불과하다. 그런 업소들은 젊은이들이 그저 한번 호기심으로 한번 경험하고 넘어가는 업소에 불과하다. 정작 유흥업소들의 ‘몸통’을 룸살롱과 호스트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꼭꼭 숨어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여간해서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뿌리 뽑히지가 않고, 이들이 뿌리 뽑히지 않으면 대한민국 성매매의 현실도 변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증거’가 있어야만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증거중심주의’가 가져온 폐해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려는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마저도 없어진다면 국내 성매매 산업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지금보다 더욱 날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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