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아직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매매에서 벗어난 여성들, 즉 ‘탈성매매 여성들’은 그나마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성을 팔고 사는 일은 유쾌하지 않은 것은 사실. 따라서 그러한 생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그녀들은 충분히 행복감을 누릴 만하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신념에 다라서 성매매를 그만두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 다시 과거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 성매매를 했던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결혼 후에도 과거의 씀씀이나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도 있다. 탈성매매 여성들, 그녀들의 다양한 모습을 취재했다.

‘신상털기’ 당할까봐 불안불안

룸살롱에서 5년간 일했던 최모양. 대학시절 등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가요 아가씨’ 생활을 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과감하게 룸살롱을 뛰쳐나와 다시 ‘일반인’의 생활로 돌아갔다. 그렇게 화류계를 은퇴한 지 1년.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모습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룸살롱에서 일할 때 나름 ‘에이스’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는 그것이 기분도 좋았고 나에게 돈도 많이 벌어다줄 수 있는 기회가 되곤 했지만, 지금 그곳을 은퇴한 뒤로는 오히려 내 인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때 룸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나를 알아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저 하룻밤 스쳐 지나간 남성들은 나를 못 알아보겠지만, 수십 명에 달하는 단골손님들은 분명 나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직장에서 일을 제대로 하기는 힘들다. 그 사람들이 나에 대한 신상정보를 주변에 이야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또다시 정상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

이처럼 자신이 일했던 곳에서 만났던 남성들이 자신을 알아볼 것에 대한 불안감은 대부분의 탈성매매 여성들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개인정보들이 신속하게 인터넷, SNS를 통해서 전파되는 시대에는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신상털기’를 당하는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외에도 또 탈성매매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경제적인 문제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성매매를 하는 시기에는 그나마 생계의 곤란까지는 겪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웬만큼만 해도 수입이 되기 때문에 많이 벌면 한 달에 1000만 원까지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다시 정상적인 사회로 나오는 순간, 그러한 많은 경제적인 수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일반 회사에 입사해봐야 이미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거니와 성매매 생활을 하는 동안 전문기술이나 지식을 쌓기도 힘들었으니 몸값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알바’이지만 그래봐야 한 달에 150만 원을 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수입 탓에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지금은 액세서리 가게에 취업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는 이모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성매매를 벗어나면 그 누구보다 행복할 줄 알았다. 남들도 모두 하는 소박한 생활을 꿈꾸며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매매를 벗어났다고 그것이 곧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한 달에 500만 원을 넘게 벌었는데 지금은 고작 수입이라고  해봐야 15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욕심을 줄이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해야 하겠지만, 수년간 익숙해진 생활이 갑자기 변하겠는가. 씀씀이에서 과거보다 초라해진 내 모습을 볼 때마다 그냥 차라리 다시 화류계로 가서 좀 더 화끈하게 벌어서 경제적인 독립을 할까 하는 유혹을 느낄 때가 많다. 이제 성매매 업계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돌아가면 이제 영영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말 그대로 ‘잘나가던’ 화류계 여성이 하루아침에 ‘평범한 아줌마’의 역할을 해야 하니 적응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김모  양은 성인이 되자마자 3년 정도 룸살롱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대의 팔팔한 청춘을 그대로 화류계에 썩기도 아까워 곧 중소기업에 취직한 후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물론 그녀도 당시에는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다는 사랑보다는 믿고 의지할 상대였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결혼을 하고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불쑥불쑥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편을 존중하고는 있지만 가끔씩 보면 내가 룸살롱에서 ‘찌질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의 모습이 남편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화려했던 나의 과거가 생각나고, 왜 나는 지금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한다. 돈도 돈이지만, 이렇게 그냥 평생 아줌마로 썩게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과거처럼 진창 술도 먹고 싶고, 호스트바에 갔을 때처럼 남자를 옆에 두고 술을 마시고도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활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나를 남편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마다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이런 탈성매매 여성들이 그나마 성매매업계를 벗어난 것은 축하할 일지만, 그 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했을 때에는 또다시 성매매 업계로 돌아갈 가능성도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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