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 저서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 국감서 도마 위

[일요서울 | 고동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전도사’로 알려진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이 자신이 쓴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책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한 환경단체와 교수들을 ‘사기꾼’이라고 표현해 국감에서 야당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산하기관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19일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 원장이 환경부 소속 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되자마자 ‘운하 전도사’로서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국립환경과학원장인데도 노골적으로 운하건설을 주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운하를 반대한 환경단체와 교수들에게는 ‘사기꾼’이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비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원장이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된 것은 작년 10월이고 책은 지난 3월 출간됐다. 그는 이 책에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환경단체와 학자들을 향해 ‘위선의 환경주의자’(233쪽), ‘사기꾼’(107쪽), ‘친북 좌경화된 환경단체’(94쪽)라며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박 원장은 이화여대 교수로 있던 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의 정책자문단에 포함돼 대운하와 4대강사업의 당위성을 두둔하는 학계 인사로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12월 대운하 재추진을 지지하는 ‘부국환경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다.

국감에서 장 의원은 박 원장을 향해 “국민이 반대하는 운하 건설을 촉구하고, 환경운동을 친북세력으로 매도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수장에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물러날 용의는 없느냐”며 에둘러 사퇴를 압박했다.

박 원장의 구미 불산사고 초동대응 부실을 두고서도 여야 의원들의 추궁과 질타로 곤혹을 치렀다.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박 원장은 “지난 9월28일 구미 불산사고 당일에는 심각성을 몰랐고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와 외국인을 접대하고 귀가했으며, 엿새가 지난 10월5일 국감을 통해서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둘러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유독물 사고 발생 때 해당 유독물의 물질정보와 대응조치요령 정보를 소방서 방재기관에 전파하는 것은 물론, 화학물 분석 특수차량을 출동시켜 현장의 오염상황을 조사하고 대피와 방제작업의 기본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의원들은 국립환경과학원이 ‘화학사고 비상대응 안내서’에 나와 있는 방호거리보다 700m 짧은 거리에 있는 주민만 대피시켰고 대피명령도 사고 발생 2시간 30분이 지난 뒤 내렸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의원은 “부실한 방제계획서가 불산누출의 2, 3차 피해를 낳았다”며 “사고의 주범은 부실한 방제계획서를 묵인해준 국립환경과학원”이라고 집중 추궁했다. 김경협 의원은 “사고 당일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오후 8시20분으로부터 1시간10분 뒤인 9시30분에 심각경계가 ‘뒷북’ 발령됐고 다음날 오전 3시30분 불산농도에 대한 측정치가 없는 상태에서 심각경계를 해제하는 등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유독물 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십자포화를 날렸다.

야당 의원들이 작정한 듯 정신없이 몰아붙인 질타가 쏟아지자 박 원장을 묵묵부답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국감이 끝날 때까지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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