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추행, 정신질환자의 소행이라고?

▲ 사진은 본 기사와는 무관함
서울 지하철에서의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년간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언뜻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성매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굳이 지하철에서 위험천만한 행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성적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지하철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대체 지하철 성범죄자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들은 정말로 위험 그 자체의 스릴을 즐기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는 특별한 정신병적 요소가 있는 것일까.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집중 취재했다.

서울경찰청이 통계를 낸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성추행과 일명 ‘도촬’이 지난 4년간 약 3배 이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453명이던 성범죄범이 지난해에는 126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지하철 성범죄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돈이 없거나 우리 사회의 극빈층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버젓이 직장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전문직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왜 그들이 그런 지하철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지 잘 모르겠다. 원하면 얼마든지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말이다. 지하철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자칫하면 사람들 앞에서 대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자칫하면 얼굴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그런 위험한 일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는 성추행 욕구?

하지만 실제 이러한 지하철 성추행을 감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처음 보는 낯선 여자와의 섹스’라는 낭만적인(?) 판타지가 그것이다.

그들은 대개 충분히 돈을 주고 성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 자체에 큰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그저 한번의 ‘배설’일 뿐, 진정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업소의 ‘닳고 닳은 여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환멸까지 느낄 정도라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순수한 일반인’이고 그녀들과의 짜릿한 섹스라고 한다. 물론 성추행이 섹스 그 자체는 아닐지언정, 그들은 성추행을 하면서 그 같은 느낌을 얻는다고 한다. 나름 추행을 하면서 자신만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그들이 무엇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서로가 원해서 하는 추행’이라는 개념이다. 성적 욕망이 충만한 여성이 남성이 ‘들이대는’ 것을 참다못해 자신도 그에 응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낯선 이들끼리의 격렬한 섹스’라는 이미지를 스스로의 머릿속에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 하지만 실제 그들의 상상처럼, 아침부터 전철에서 낯선 남성에게 성욕을 품는 여성은 그리 흔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설사 성욕 자체가 많은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사뭇 다르게 그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과감하게 이탈된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자신들만의 환상에 푹 빠져 그 같은 성추행을 저지르게 되고 그것이 곧 지하철 범죄라는 무서운 현실을 낳는다는 것.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성적 환상은 상당히 질기다는 것이 일선 수사경찰들의 한결같은 이야기. 한 수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질적인 정신질환의 하나

“지하철 성추행으로 잡혀오는 대다수의 남성들은 그 당시에는 적지 않은 후회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후회와 반성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하철 성범죄자들의 한결같은 특징 중의 하나는 그것이 상당히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한번 그 맛을 경험해 본 사람이 또다시 그러한 범죄를 꿈꾸면서 다음번에 언제든 재시도할 기회를 노린다. 따라서 그들을 일방적인 법으로만 다루기에는 사실 힘든 면이 있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그들은 정신 질환자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자들을 아무리 처벌해봐야 그것은 육체적 처벌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들의 근본적인 정신질환을 고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 지하철 성범죄자들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그들은 여성을 하나의 인간이나 인격으로 보지 않고 ‘성적인 사물’로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 특히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얼마든지 쉽게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지하철에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자신을 위한 ‘성적 노리개’로 바라볼 뿐, 사람들을 바라보는 진정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취재진은 지하철에서의 성적 욕망에 많이 흔들린다는 또 다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직장인 박모씨의 이야기다.

“아마도 무엇보다 일탈적인 욕구를 근본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곳이 바로 다름 아닌 지하철이 아닌가 싶다. 처음 보는 여자의 몸을 만지고 때로는 그녀들과의 낯선 섹스를 상상하는 것보다 더 자극적인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지하철 내에서의 성범죄는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특히 지금과 같이 지옥철로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 곳에서는 남성들의 그러한 욕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성범죄에 대한 의도를 전혀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여성과 몸이 맞닿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그런데 만약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겠는가. 자연스럽게 여자의 몸을 만지고 싶지 않겠는가. 바로 이런 점이 근본적으로 성범죄를 없앨 수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하철 성범죄를 방치만 할 수는 없는 일. 수사 당국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지하철에서의 성범죄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수사 인력을 최대한 보강하고 수사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해야지만 최소한의 경각심을 가지고 어느 정도는 성범죄가 억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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