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앞세운 국산 에로물로 男心 자극

[일요서울|서준 프리랜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강력 성범죄 때문에 외국산 포르노물이 국내 P2P사이트에서 사라지고 있다. 사법당국이 미성년 포르노에 대해서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어, 이 불똥의 여파로 일반 포르노까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는 것. 현재 P2P에서 유통되고 있는 외국 포르노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중요부위의 노출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단속을 두려워한 나머지 파일을 올리는 사람 스스로가 ‘편집’을 한 뒤에 올리는 것. 포르노 마니아들은 현재의 상황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까지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바로 그간 외면 받아왔던 국산 에로물이 뜨고 있는 것. 이제까지 P2P사이트에서 ‘왕좌’로 군림해왔던 하드코어 포르노가 사라진 자리에 국산 에로물이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국산 에로물을 ‘신선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적 정서가 물씬 녹아있을 뿐만 아니라 극을 이끌어가는 상황 자체도 한국적이기 때문에 몰입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 새롭게 뜨고 있는 국산 에로물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아직 노총각인 직장인 조모씨는 최근 몇 달간 ‘욕구불만’이 가득했다. 정부의 아동 포르노물 단속 때문에 P2P 사이트에서 성인 포르노물까지 깡그리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일 직장 생활을 마치고 집에 와서 포르노를 보는 것이 하루의 즐거움이었던 그는 몇 달간 그런 즐거움을 박탈당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하드코어 포르노물 사라진 P2P 사이트

“한국인들에게 냄비근성이 있다고 하지만, 정부 단속도 마찬가지로 냄비근성이 있다. 한번 이슈가 되면 전후사정도 없이 깡그리 단속을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식기는 하겠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에는 성인들이 보는 포르노까지 단속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물론 포르노를 보는 것이 정당한 일은 아니겠지만, 미국에서도 합법화되어 유통되고 있는 것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겠는가. 아동 포르노야 당연히 불법이기 때문에 정당한 단속이라고 하더라도 성인 포르노까지 단속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각종 P2P 사이트에서는 하드코어 포르노물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간간이 올라오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중요 부위가 가려지거나 혹은 극히 소프트한 것들, 혹은 실제 하드코어라고 하더라도 잠시 올라왔다가 곧 삭제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P2P 사이트의 입장 역시 ‘죽을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이들의 방문과 결제로 인해 대부분의 수익을 올려왔지만 현재는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 따라서 결국 사이트 운영진들은 궁여지책으로 국산 에로물 파일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간 하드코어에 익숙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국산 에로물에 만족할 리가 없다. 자극의 강도만으로 봤을 때에는 ‘애들 장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 에로물이 가진 ‘의외의 장점’에 반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제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와 일어로 된 포르노물을 보느라 극중 내용전개가 몰입이 전혀 없었던 사람들이 한국어로 된 에로물을 보면서 서서히 ‘스토리’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 특히 지극히 한국적인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한국적 정서가 남성들에게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외국 포르노가 사라진 후 국산 에로물을 자주 접한다는 이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적 정서와 극 몰입이 인기 요인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는 심정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하드코어가 사라졌으니 뭔가 대신 볼 것이라고 찾겠다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한국 에로물 역시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여성들이 대부분 한국적 분위기의 한국 여성들이다 보니 뭔가 생생한 현장감이 있고, 마치 옆집 여자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외국 포르노를 볼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성이었다. 또한 한국 에로물의 경우에는 약간의 코믹 요소들이 섞여 있는 것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은 보는 재미도 새록새록 있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하드코어의 대체물이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하나의 장르를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매력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 정서에 강한 장르’가 오히려 외국물보다 인기를 얻고 있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페티시’라고 불리는 장르.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페티시 업소까지 생길 정도로 이러한 장르가 유행을 했지만, 실제 외국의 ‘페티시’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보다 SM 성향에 가까운 것이 페티시라는 것. 하지만 국산 페티시의 경우에는 보다 소프트하면서도 남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제작이 되고 있어 오히려 외국물보다는 한국물이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한 페티시 마니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 외국물 페티시를 봤을 때에 한국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나라 건 그야말로 은근하게 사람을 자극하는 소프트한 페티시인데 반해, 외국의 페티시는 거의 때리고 맞는 SM성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남성들 중에 SM 마니아는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SM의 경우에는 ‘변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은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페티시 장르만큼은 국내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러한 국산 에로물의 ‘난데없는’ 인기에 대해서는 P2P사이트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따라서 그간 해외 포르노물로 올렸던 매출이 어느 정도는 국산 에로물로 갈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산 에로물의 인기가 계속될지는 의문인 것이 사실. 비록 현재는 강력한 단속 때문에 해외 포르노물의 유통이 잠시 주춤한 상황이지만 이 상황이 또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도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일명 ‘포르노 본좌’들은 얼마 가지 않아 지금의 상황이 바뀌고 다시 자신들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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