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18일 중산층의 비중을 “70%로 끌어 올리겠다”고 공약하였다. 그는 임기 내 성취하려는 국정 목표로서 ‘중산층 재건’을 올려놓았다. 그동안 그는 ‘경제민주화’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좌편향 야당의 대선 구호를 복창하면서 전통적 보수당으로서의 기본을 혼돈케 하였다.

그러나 18일 박 후보는 3대 국정지표와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정목표를 ‘중산층 재건’에 있다고 못 박았다. 보수당의 기본 토대인 ‘중산층’ 육성을 국정목표로 삼고 보수당 뿌리를 되찾아간다는 데서 흥미롭다. 득표 전략으로서도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기반을 유지하며 국민의 다수를 점유한다. 중산층은 극단적으로 날뛰는 극우나 극좌를 혐오하고 정치 사회적 안정을 추구한다. 포퓰리즘(대중영합인기몰이)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대체로 자본주의 윤리와 합리적 사고체계에 젖어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1990년 75.4%였다. 중산층은 지난 20여 년 동안 수적으로 줄었지만, 아직도 국민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작년 8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중산층은 전체 국민의 67.5%나 된다. 박 후보 측은 현재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을 64%로 보고 있다.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의 50~150% 범위에 속한다. 2010년 기준 2인 이상 도시가구 중산층 월평균 소득은 322만 원으로 잡혔다. 그들은 대체로 내 집을 갖고 있으며 승용차를 소유하고 주말엔 레포츠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중산층이 과반수를 넘어 67%나 차지하는 자유민주체제에서 저소득 계층에 쏠리는 정당은 집권하기 어렵다. 지난 4.11 총선에서도 ‘무상복지’ 시리즈를 쏟아내며 저소득층 편에 서서 극단 좌로 치우쳤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후보들은 대부분 낙선되었다. 자유민주체제에서 집권하려면 극좌나 극우를 멀리하고 중산층을 기반으로 해서 온건 우익이나 온건 좌익 또는 중도우익 혹은 중도좌익 노선을 표방해야 유리하다.

지난 봄 프랑스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도 대통령도 좌익 사회당 소속이면서도 극좌노선를 피하고 중도좌익을 따랐다. 4·11 총선 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좌우 극단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중산층의 무계를 의식한데 연유한다.

민주당의 문재인 대선후보도 4·11 총선 패배를 교훈삼아 극단적 좌선회를 삼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0~5세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대기업 규제, 부자 세금증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을 주장하며 반미좌편으로 가고 있다. 그에 반해 박 후보는 ‘중산층의 재건’을 내세우는 등 중산층을 우군으로 삼는다. 재벌과 관련해서도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 보다는 불공정관행 시정 등으로 그치며 보수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올 대선은 무상복지 저소득층 표를 파고드는 좌편향의 문 후보와 ‘중산층 재건’을 강조한 우편향 박 후보 간의 대결로 압축된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 후보 둘 중 어떤 쪽으로 단일화되던 그들의 노선은 비슷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특정 지역 및 그 지역 출신 그리고 젊은층에서는 문 후보에게 몰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중산층 재건’공약이 문이나 안 후보 지지 몰표를 얼마나 끌어오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동시에 ‘중산층 재건’공약이 보수정당의 권력 ‘재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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