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DJ의 뜻 반하는 길 안타깝고 착잡"
김 전 사무총장은 이날 A4 용지 3장 분량인 '나의 동지이자 친구인 화갑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띄웠다.
그는 이 편지를 통해 “우린 1965년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동교동에 들어와 (김대중) 대통령께서 돌아가실 때 까지 45년을 한 솥밥을 먹어왔네. 한 때 ‘리틀 DJ’로 까지 불리던 자네가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는가?”라며 적지 않은 분노를 집어삼켰다.
김 전 총장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대통령님의 유언도 벌써 잊었단 말인가”라며 “현충원에 계신 대통령께서 얼마나 통곡하시겠는가. 구순을 넘기신 사모님은 또 얼마나 기운이 빠지시겠는가”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네가 동교동을 버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박근혜 후보에게 갔다는 사실이 조금도 믿기질 않네. 자네는 얼마 전 나에게 하늘이 두 쪽 나도 박근혜 후보에게는 안가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라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나중에 우리가 저 세상에서 무슨 낯으로 대통령님을 뵙겠는가”라며 “정녕 발길을 돌릴 수 없다면, 최소한 언제 어디서든 부디 더 이상 우리 대통령님을 거론하지는 말아 주게. 그게 대통령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장과 한 전 대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로 동고동락했던 최측근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 1세대'로 분류된다.
앞서 지난 4일 또 한 명의 DJ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한 전 대표의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두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길”이라며 “DJ가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마음 아파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권 고문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12주년을 기념하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희호 여사도 마음 아파하며 통탄을 금치 못하고 분통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자유당과 군사 독재,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을 거치며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서민 경제를 위해 DJ와 함께한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이 DJ의 뜻에 반하는 길로 간다는 게 안타깝고 착잡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대중 정부시절 핵심 실세였던 한화갑-권노갑 두 사람은 '양갑(兩甲)' 혹은 '투갑(甲)스'라 불렸던 동교동계 최측근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