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맞대결 구도… “뭉쳐야 산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좌)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보수 대 진보’의 대결집이 최고조에 달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일대일 대결구도’ 속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은 빠르게 재편되며 총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박 후보와 문 후보가 박빙의 판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번 대선이 ‘49 대 51’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런 만큼 중도층을 향한 각 진영의 구애도 상당하다.

일각에선 양 진영의 세가 모두 규합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차지하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朴, YS-DJ-JP-MB-이회창 등 ‘보수대결집’ 완성
文, 안철수-진보당-시민사회인사 ‘대통합 국민연대’ 결성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각각 범여권과 범야권 총결집에 나서면서 치열한 세 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재 각 진영은 정권연장이냐 정권탈환이냐를 두고 뚜렷한 대결양상을 보이며 막판 혈전을 준비 중이다. 그런 점에서 18대 대선은 보수와 진보 간 초유의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박 후보는 앞서 ‘산토끼(중도층) 잡기’에서 ‘집토끼(보수층) 지키기’로 대선 전략을 수정했다. 상도동계와 일부 동교동계는 물론 97년 대선 당시 앙숙관계에 놓인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까지 끌어안음으로써 보수층을 결집했다. 여기에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합류하면서 ‘보수 대결집’은 완성됐다.

이에 맞서는 야권도 만만치 않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자연스레 야권단일화를 이룬 문 후보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이어 진보진영의 시민사회단체까지 아우르는 ‘대통합 국민연대’를 결성함으로써 ‘진보 대결집’을 이뤘다. 특히 중도층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전 후보의 지원유세까지 더해지면서 문 후보 진영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분위기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진영 유력 대권주자가 단 한명 남은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진보진영 역시 무소속 등 야권 후보가 대선완주를 강행하며 그간 표심이 분산되는 등 후보단일화가 좀체 이뤄지지 않았다.

비록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지율 면에서 1% 미만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 문재인’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양 측의 ‘빅 텐트’(big tent)가 자연스레 쳐지면서 두 후보는 오는 12월 19일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집토끼 지키기’ 나선 朴, 범보수 규합

대선출마 선언 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국민대통합을 외치던 박 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고 야권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전략을 수정, 보수대연합으로 작전을 선회했다.

그는 지난 10월 이인제 전 대표가 이끌던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을 성사시킨데 이어 2002년 대선 당시 앙숙관계였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층 인사들을 차례로 흡수했다.

또한 자신을 ‘칠푼이’라고 비판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그 측근(상도동계)인 민주동지회 인사들을 끌어안았으며, 특히 동서화합을 외치며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측근(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리틀DJ’로 불리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범보수 진영의 대결집을 이뤘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후보는 당내 경선규칙에 불복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전 대표와 함께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그간 정치권의 시나리오로만 거론되던 ‘보수대연합’을 완성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의 범보수 결집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이웨이’를 고집하며 박 후보 속을 태웠던 인물이다. 특히 박 후보의 개헌구상을 ‘쭉정이’라고 지적하는 등 그의 대선행보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이 의원의 합류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당 밖의 외연확대는 물론 당내 ‘친이-친박’ 간의 화합적 결합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밖에도 과거 세종시 문제로 갈라섰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5일 박 후보 지지에 가세했으며, 보수진영 무소속 이건개 대선후보는 지난달 자진 사퇴한 뒤 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安 등에 업은 文, ‘대통합 국민연대’ 출범

후보단일화를 이룬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의 보수대결집에 맞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진보정의당 심상성 후보 그리고 시민사회진영 모두를 아우르는 ‘범야권 대결집’에 돌입했다. 그 일환으로 ‘대통합 국민연대’를 출범시킴으로써 진보진영을 한데 묶었다.

지난 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권교체·새정치 국민연대’ 발족식에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를 비롯해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유홍준 명지대 교수, 소설가 황석영·이외수씨, 영화감독 이창동·이준익씨, 영화배우 김여진씨, 가수 이은미씨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세웅 신부 등 범야권 시민사회 원로들이 소속된 범야권 원로모임 ‘희망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도 정권교체를 주창하며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통합 국민연대’가 출범한 날 안철수 전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조건 없는 지지’를 선언하며 야권연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안 전 후보는 ‘대통합 국민연대’가 출범한 6일 문 후보와 단독회동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문 후보가 오늘 새정치 실천과 정당혁신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했는데, 나는 그 길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가 구상한 야권연대는 안 전 후보의 지지로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백의종군 하겠다”던 안 후보는 그간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은 채 문 후보의 애간장을 태웠고, 이날 안 후보의 지지선언은 범여권과 범야권의 세 대결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안 전 후보에 대한 ‘낭보’가 전해지자 다소 침체됐던 민주통합당의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문 캠프 내에선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라며 판세 역전과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활력이 돌았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文-安 회동 직후 “지지율 정체상태에서 역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단일화의 결말이 채 완성되지 않아 유보적이던 안 전 후보 지지층의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반겼다. 김현 대변인 역시 “(안 전 후보의 결단은) 애태우던 국민연대의 출범일에 맞춰 모두를 아우르는 화룡점정이 된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지난 7일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에서 번개모임을 갖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이날 유세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자연스레 조우, 합동유세를 벌이며 중도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문 후보는 이에 앞서 진보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와 연대함으로써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의 지지세를 곤고히 했다. 특히 당내 경선 과정에서 앙금이 상당했던 손학규 고문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당내 갈등까지 씻어냈다.

손 고문은 문 후보에게 자신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을 양도하며 정권탈환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다짐했고, 문 후보는 손 고문의 지지로 당내 비문재인 세력과의 화합 및 손 고문 지역구인 수도권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며 당 안팎의 지지세를 확장했다.

대선 승패, 중도층이 ‘Key’ 쥐다

사실상 ‘49 대 51’ 싸움이 된 이번 대선에서 2040세대, 수도권, 중도층이 승패를 좌우할 ‘핵심 키’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양자대결은 45%의 지지율을 사이에 두고 양측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결국 전체 유권자 가운데 10% 가량은 아직 지지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거나 입장 표명을 보류한 채 중도층 또는 무당파층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표심에 따라 이번 대선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고 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 했던 것도 안 후보의 지지층과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 및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카드를 내놓은 것도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새누리당도 기득권 포기를 내세우며 지난 6일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민주통합당에 전격 제안했다. 이는 앞서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새정치 공동선언문 작성 당시 논의했던 것으로 최근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의견을 수용해 의원수 축소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박 캠프 내에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역할론이 다시금 제기되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박 캠프 내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대표적 인물로 지목되고 있으며, 한때 그는 박 후보의 ‘경제성장’ 중심의 대선 공약에 반대해 박 후보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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