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아가씨 관리 주의보

[일요서울|서준 프리랜서] 유흥가에 연말연시 즉 신정과 설날 사이엔 각 업소에 출근하는 아가씨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줘야 한다는 이른바 ‘아가씨 관리 주의보’가 발령(?) 됐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아가씨들의 마음이 외로워지기 때문에 업소 관계자들과 연애를 할 가능성도 있고, 심지어 업소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게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연말의 경우, 많은 아가씨들에게 ‘대목’임에는 틀림없지만, 새로운 한해가 가고 또 다른 한해가 온다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마음을 잡지 못한 아가씨들이 방황을 하는 것. 따라서 업소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연말 대목에서 아가씨들을 관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일부는 ‘특별회식’으로 외로움을 달래주는가 하면, 또다른 일부에서는 ‘특별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일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 유흥가의 연말연시 풍경을 집중 취재했다.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 7년차인 김모양은 최근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일에 집중하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결근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12월 한 달 동안 업소에 나가지 않은 날이 5일이나 됐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룸살롱 아가씨들

하지만 연말은 누구나 다 아는 유흥가의 대목이다. 특히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접대’라는 중요한 행사들이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많은 유흥가 출입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다 보니 업소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많은 아가씨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급할 경우에는 보도방을 이용해서라도 아가씨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연말연시는 한해의 영업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결실을 거둬들이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아가씨들이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영업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기 마련이다. 한 영업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른 때는 몰라도 연말연시에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로 골치 아프고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남자들이라면 한대 때리고 소주 한잔 마시면 풀리는 일이지만, 이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여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달래면서 해나간다고 해도 조금만 핀트가 엇나가도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굴기 때문에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니 마음대로 해라’고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손님은 한번 떨어지면 다시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영업자들이 수천 명에 달하는데, 그런 식으로 손님을 잃기 시작하면 다시 끌어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연말은 대목임과 동시에 아가씨들을 관리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경우는 아가씨가 업소 관계자들과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지는 경우다. 여기에서 ‘업소 관계자’라고 하면 대개 웨이터들이다.

웨이터들은 영업상무와는 다르게 아가씨들과 직접적인 경제적인 연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웨이터들은 무엇보다 아가씨들의 입장에서 아가씨들을 감싸주기도 하고, 말 한마디를 해도 아가씨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도 한다. 그렇게 자주 대면할 일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업소에 있는 만큼 오다가다 만나게 되고 서로 친해져서 농담이라도 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

아가씨들의 입장에서는 업소 내에서 그나마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이러한 웨이터들에게 정이 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 또한 마음이 약한 아가씨들의 경우에는 웨이터가 자신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특별히 챙겨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기회가 닿으면 자연스레 서로를 위하고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사이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남녀의 이성적인 감정이 들어가 사랑이 시작되면, 둘이서 도망가는 경우도 간혹 가다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최악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영업상무의 입장에서는 제일 난감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웨이터도 잃고 아가씨도 잃는 상황으로 ‘비상사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영업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악의 경우 업소 관계자와 도망가기도

“지난 연말에 아가씨와 웨이터가 함께 도망간 경우가 있었다. 돈이 엮인 것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했지만 그 때부터 손님들 맞는 것에 좀 차질이 있었다. 미리 말이라도 해주고 떠나면 좋으련만, 또 당시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아가씨와 웨이터가 함께 사라져 버리면 업소 입장에서는 큰 타격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이 다가오면 ‘아가씨 관리’를 위한 특별 행보에 들어가는 마담들과 영업 상무들이 적지 않다. 이 시기를 잘 거치면 어느 정도 수입이 생긴다는 점에서 그들의 입장에서는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담들의 경우는 아무래도 여자들이기 때문에 아가씨들과 마음으로 교감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룸살롱 경력 15년 차인 김모 마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같은 여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여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사실 나도 아가씨 때에는 연말이 되면 왠지 더 외로워지고, 사랑에 빠지고 싶고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다 자동차 사고처럼 사랑에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나마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어 도망을 가거나 그런 일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런 여자의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되면 세심하게 아가씨들의 마음을 보살펴 주어야 한다. 함께 있는 시간도 늘려주고 외로움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영업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아가씨들의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는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특별회식’이다. 평소에는 삼겹살이나 감자탕 집에서 소주 한잔 하던 것을 넘어 좀 더 고급스러운 음식점에서 풍성한 상차림으로 아가씨들의 미각을 자극, 마음을 잡으려는 것이다. 아무래도 먹는 것에 민감한 여자들인 만큼, 이러한 방법도 꽤 유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물론 먹는 것 자체로 마음까지 위로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으면 ‘누군가에게 배려 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고, 이것이 아가씨들의 외로운 마음을 어느 정도는 달래주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특별 수당을 좀 더 챙겨주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테이블 당 아가씨들이 받는 수당을 연말연시에만 한정해 1~2만 원 정도 더 올려주는 것이다.

한 테이블로 따지면 큰돈이 아니지만, 여러 테이블로 치면 그래도 꽤 짭짤한 수익이 된다. 이런 방법은 말 그대로 돈으로 아가씨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비록 즉흥적인 방법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이를 통해서라도 아가씨들의 마음이 안정이 되니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아가씨들의 생각은 어떨까. 룸살롱 4년 차인 조모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말이 되면 마담 언니들이나 영업 상무 오빠들이 아가씨들 관리하려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함께 일하고 함께 벌어먹고 살고 있는 이상, 우리도 적극적으로 영업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차피 우리도 그들이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아가씨들과 그렇지 못한 아가씨들이 있다.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아가씨들은 연말이 되면 더욱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한해가 오는 것에 대한 일시적인 홍역이라고 할까. 아마도 이 바닥에 있는 아가씨들은 대부분 그런 홍역 정도는 치르고 지나가지 않는가 싶다.”

이러한 ‘홍역’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룸살롱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있는 한,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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