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27일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였고 1월 초부터 인수업무에 들어갔다. 위원장에는 새누리당 공동대선위원장을 지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되었다. 인수위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서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수위는 새 대통령의 취임 전 날 까지 활동하며 당선인의 5년 집권 정책 일정을 짜는 일을 맡는다. 인수위 구성은 인수위원, 전문위원, 실무위원, 등 당선인에 따라 180여 명에서 230여 명에 이르기 까지 각기 다르다.
인수위는 각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고 박 당선인의 공약을 조율한다. 주요 국정지표와 과제를 선정하며 과제별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 이정표도 설정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날 인수위는 각 부처를 상대로 마치 ‘점령군’처럼 군림했거나 비리수사 ‘국정감사반’ 같이 행세함으로써 반발을 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세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당선인 시절 부터였다. 김대중씨의 대통령 당선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이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김 당선인의 인수위는 기존의 김영삼 정부 관리들을 마치 패잔병 다루듯 했다.
1998년 초 인수위측은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 등 김영삼 정권의 대형 쟁점사업들을 조사해 비리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가 반발을 샀다. 안전기획부측과는 사전 충분한 협의도 없이 안기부 현장 인수활동에 나섰다가 중단되는 사태도 빚었다. 그런가하면 인수위원이 개인 견해를 김 당선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처럼 쏟아냄으로써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 후 여야 간의 정권교체가 아닌 여·여 간의 정권교체에서도 인수위의 ‘점령군’행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2003년 초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는 같은 정치 코드의 김대중 정부를 인수하면서도 초법적으로 군림하거나 월권행위를 삼가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이윤수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인수위의 월권행위를 질타하였다. 그는 “한시적 기구인 대통령직 인수위가 현 정부의 정책변경을 요구하는 등 초법적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마치 우리나라에 2개의 정부가 있는 것처럼 인수위가 권력기관으로 인식되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노무현 인수위는 공무원들을 윽박지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출입기자들의 보도와 관련, 마땅치 않으면 고성으로 항의하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위압적이었다. 그래서 인수위 출입기자실에서는 “이거 어디 무서워서”라는 말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터져나오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도 잡음을 빚어냈다는 데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인수위에 파견된 문화관광부의 어느 국장은 언론·종교·체육·문화예술·문화산업 분야 지도부에 대한 ‘성향’파악을 문화부 실무자에게 지시해 파문을 일으킨바 있다. 그밖에도 인수위는 과도한 영어 몰입교육을 밀어붙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포기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는 1998년, 2003년, 2008년, 세 차례에 걸친 인수위의 일탈을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점령군’처럼 행세해선 아니 된다. 초법적으로 군림해서도 안 된다. 제2의 권력기관처럼 설쳐서도 아니 된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대로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전성을 도모’하며 새 대통령의 5년 집권 플랜을 조용히 짜는 기능으로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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