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병원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가는 병원이다. 충치치료, 사랑니 발치, 스케일링, 교정, 틀니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치과가 최근 빈번한 의료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치과에서 충치치료를 위해 전신마취를 하던 여아가 사망하는가 하면 사랑니를 뽑지 않고 엉뚱한 이빨을 뽑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치과관련 의료불만, 사고 접수는 의료분쟁 전체의 10%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5살난 딸을 가진 윤지영씨 부부는 너무 허망한 일을 겪었다. 모 대학 치과병원에서 충치치료를 위해 전신마취를 한 딸아이가 갑자기 숨졌기 때문이다. 충치치료를 위해 치과를 찾은 어린아이가 사망하자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소아 치과가 부주의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5세여아 전신마취 후 숨져

윤씨 부부는 “사전에 전신마취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망원인이 나오는 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씨 부부는 “사망 가능성을 비롯한 전신마취에 대한 위험성을 사전에 설명했다면 딸을 전신마취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 측이 사전고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병원 측은 “대체적으로 어린아이들은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숨진 여아의 경우 사전에 전신마취가 가능한지 검사를 했고 ‘전신 마취가능’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와 전신마취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사전 고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 “지금껏 어린 아이들에게 전신마취를 해왔어도 사망한 경우는 없어 전신마취에 대한 위험성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사전고지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을 인정했다. 이어 병원 측은 “딸을 잃은 부모의 맘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리(병원 측)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은폐나 축소 의향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사망 경우 없어 사전고지 소홀

현재 숨진 여아의 사망원인은 마취 부작용으로 인한 악성 고열증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부검을 실시하는 등 정확한 사인규명을 하고 있다. 사망 원인은 이달 말 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치과에 관련된 의료사고, 불만은 전체 의료 분쟁 중 10%에 달하는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내용은 사랑니 발치, 충치치료, 교정치료, 보철 및 의치 제작 등 치료·처치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진찰 및 검사, 수술과 관련된 순서다.지난 해 7월 서울에 사는 K씨는 치과에서 사랑니 두 개를 뺐다. 그러나 K씨는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빼야 할 사랑니는 그대로 있었고 옆에 있는 어금니가 없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랑니 빼러 갔다 어금니 빼

치과의사가 아닌 조무사에 의한 치료 및 위생상태의 문제로 피부염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지난 해 12월 N씨는 보철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N씨를 치료한 것은 의사가 아닌 조무사였다. N씨는 “치과에서는 의사가 아닌 조무사가 치료를 했을 뿐만 아니라 치과 위생상태의 문제로 인해 치료 후 헤르페스(집합성의 작은 수포를 특징으로 하는 급성 염증성 피부염) 증상이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치과에 신경치료를 하러 갔다 잇몸이 다친 경우도 있다. 이 달 초 Y씨는 신경치료를 위해 치과에 갔다. 그러나 신경 치료 중 잇몸이 다쳐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Y씨는 “손상된 치아 부근의 잇몸이 찢어진 것처럼 상처가 나 치아의 통증보다 잇몸의 통증이 심하다”고 치과치료의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치료를 받은 후 심한 잇몸 통증으로 잠을 이룰 수 없게 돼 치과에 문의했다. 그러나 치과 측은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말뿐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인레인 치료를 하던 중 다른 치아가 손상된 사례도 있다. 인레인 치료란 충치부위를 제거한 후 금 또는 레진, 세라믹 등을 이용해 손실된 부위를 충전하는 치료법을 말한다.L씨는 지난 달 초 S치과에서 인레인 치료를 받던 도중 다른 부위의 치아를 건드려 치아의 끝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치료 후 끝이 떨어져 나간 부분의 치아에 심한 통증을 느꼈고 며칠 후에는 턱까지 통증이 계속됐다는 것. 따라서 L씨는 치료를 받은 S치과에 의사 부주의로 인해 손상된 치아의 무상치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S치과의 의사는 다른 치과에서 자신(S치과 의사)의 부주의를 인정하면 L씨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했다. 이에 L씨는 다른 두 곳의 치과를 찾았다. 두 곳의 치과는 손상된 치아가 의사의 부주의인지 다른 요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손상된 치아로 인한 위험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현재 L씨는 더 정확한 입증자료를 확보중이라고 한다.한국소비자보호원 의료팀은 의료 사고, 불만 접수에 대해 “치과를 비롯한 병원에서의 의료사고, 불만 발생시 엑스레이 필름 등을 비롯해 비슷한 사고사례, 관련된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며 “특히 다른 병원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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