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오전 10시. 전주지방법원 형사4단독(재판관 김동완) 재판정에선 3년동안 이어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사건과 관련한 속행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은 김세웅 무주군수가 자신의 성매매 의혹을 언론사에 제보한 한 모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열렸다. 이날 재판은 이 사건에 군수, 지방 언론인, 국정원 직원 등이 관계돼 있어 지역정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성매매 여성의 녹음테이프 녹취록이 처음 공개돼 더욱 관심이 높았다. 이 사건은 2002년 4월 김 군수의 고소 이후 3년간 검찰에서 무혐의-재조사를 거듭하며 김 군수와 최초 제보자, 그리고 언론인, 국정원 직원간에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김 군수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사건의 시작은 200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주군에는 군청 고위인사들이 관내 룸살롱에서 각종 향응 및 성상납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주민들은 이같은 내용의 민원을 사법당국에 냈고, 이에 따라 전북경찰청 기동수사대가 해당 룸살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당초 주민들의 큰 관심과는 달리 이 사건은 유야무야 종결됐다. 하지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경찰 고위 간부를 비롯해 군청 고위공직자들이 대거 연루됐고 심지어 김 군수도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김군수 성매매의혹 사건을 처음 보도한 J일보 김모 기자는“2001년 6월 김세웅 군수가 성매매 사건에 연관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에 들어갔으며, 김 군수와 윤락을 했다고 주장한 여성 김씨를 만나 사실을 확인한 뒤 2002년 4월12일자에 첫 기사를 내보냈다”고 밝혔다.

당시 김기자는 기사에 직접적으로 ‘김 군수’를 지칭하진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사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A씨가 미성년자였던 K양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사건은 그 뒤에 불거졌다. 김 군수는 이 기사가 보도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J일보에 등장하는 K씨(기사 송고 당시에는 K씨로 돼 있었지만 기사가 게재 됐을 때 A씨로 정정됐다)는 바로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군수는 기자회견장에 성매매 상대자로 지목된 여성을 데리고 나왔다. 이 자리에서는 또다른 폭탄선언이 김 군수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J일보가 게재한 기사와 관련해 김 군수는 “이 사건(미성년자 윤락사건)은 군청 행정에 흠집을 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반대세력의 흠집내기 차원을 넘어선 것이며, 국가정보기관이 이 사건을 주도했다”며 국정원을 걸고 넘어졌다.

김 군수의 이 발언은 사건의 파문을 더욱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이 내용을 밝힌 뒤 “지자체 선거(2002년 6월)를 앞두고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건제보자, 언론사 기자, 국정원 직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소했다. 이것이 김세웅 군수와 국정원 직원, 언론사 기자간에 3년 동안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칭 ‘무주군수 성매매 의혹 소송사건’의 출발이었다. 당시 1차 조사에서 전주지검은 김 군수가 고소한 관련자 모두에게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김 군수는 2002년 6월경 광주고검에 이 사건을 항고했다. 하지만 광주고검 역시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사건은 대검으로 올라가면서 김 군수의 항고와 탄원이 받아들여져 재조사 지시가 내려졌다. 이렇게 되자 전주지검은 재조사에 나서 최초제보자인 한모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3명에게는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김 군수는 다시 항고에 나섰고, 광주고검은 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은 이번에도 재조사를 지시했다. 대검의 재조사 지시로 전주지검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했고, 2004년 10월 세 번째로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 군수는 이 사건을 광주고검에 다시 항고했다. 결국 김 군수는 세 번이나 동일 사건을 검찰에 고소-재고소했고, 검찰 내에서는 무혐의 처분-재조사 지시라는 절차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불구속 기소된 최초제보자 한씨는 재판과정에서 ‘도주의 우려와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한씨측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한 점 등을 들어 법정구속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 법관기피신청을 했다. 담당 판사가 바뀌는 소동을 벌이고 나서야 겨우 이 사건의 재판이 진행될 수 있었다. 속행공판으로 열린 지난 3월22일 재판에는 김 군수를 포함해 무려 10명의 증인이 출석,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한 차례 정회를 거쳐 밤 9시까지 무려 1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재판의 핵심은 과연 김 군수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했느냐 하는 점. 김 군수는 일관되게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고, 명예훼손혐의로 구속된 최초제보자 한씨는 군수의 성관계 사실은 분명하다고 팽팽히 맞섰다. 한씨 측은 당시 사건을 최초보도한 지방지 기자와 국가정보기관 직원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군수의 성관계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당시 취재와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을 공개하며 군수의 성매매는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한씨측 변호인은 김 군수의 성매매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로 김 군수와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김모씨의 진술이 담긴 녹음테이프의 녹취록을 법정에 제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이 녹취록을 보면 국가정보기관 직원 배모씨가 2002년 3월8일 김씨를 만나 그녀에게 녹음의사를 밝힌 뒤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당시 이 자리에 함께 배석했던 사람은 배씨와 최초제보자 한씨, 무주 A호텔 김모 사장, 문제의 여성 김씨, 그리고 김씨의 보호인 천모씨 등 6명이었다. 국정원 직원 배씨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고위공직자 비리사실과 관련해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김 군수와 관련된 이 사건을 알게 됐다.녹취록에 따르면 부산 출신인 김씨(당시 10대)는 1999년 11월 경 무주 A호텔 내 다방에 천씨와 함께 왔으며, 2000년 2월 무주를 떠났다. 당시 나이가 17세였던 그녀는 녹취록에서 “군수와 부군수가 오면(호텔내에 있던 룸살롱) 아가씨가 부족해(다른 손님들이 함께와서) 룸살롱으로 내려갔다”고 말한 뒤 “부군수와는 7~8차례 잤고 군수와는 2차례 정도 잤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군수와는 507호, 부군수와는 607호”라고 말해 정확히 성관계를 가진 호텔방 번호까지 밝혔다. 녹취록에는 이밖에 자주 찾아온 무주군청 고위공무원들, 부군수의 성적스타일을 비롯해 군수가 자신에게 주었던 2차 액수까지 적시돼 있다. 김씨는 이 녹취록과 함께 스스로 작성한 ‘진술서’를 통해 “부군수와는 7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으며 군수와는 2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바 있다”며 “본인은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군수, 부군수 등도 내가 미성년자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김씨는 이같은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2002년 김 군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한 이후 술을 먹이고 강요에 의해서 허위 녹취를 하도록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날 재판에 출석해 비공개로 진행된 변호인 신문과정에서도 “무주군수라고 말한 사람과 잠을 잔 적은 있지만 실물을 보니 군수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군수측도 녹취록에 대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모씨를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한씨 등이 녹음한 녹취록은 위조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김세웅 무주군수의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사건은 오는 4월 말경이나 5월 초 1심 재판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재판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 하는 부분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3년 동안 지루하게 벌어져온 현직군수와 국정원 직원, 언론인간의 진실공방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풀리지 않는 의문 3이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의문1 문제의 여성 김씨가 성관계 당시 보았다는 복부 칼자국은 누구 것일까.

재판과정서 가장 관심을 끈 사안 중 하나가 문제의 여성 김씨가 성관계를 가진 남성의 복부 칼자국이었다. 한씨측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에게 “성관계를 한 사람의 특징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배에 칼자국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 흥미로운 점은 김 군수 역시 김씨보다 앞선 증인심문 과정에서 한씨측 변호사의 “배에 칼자국이 있느냐”는 질문에 민주화운동 경력을 설명하며 배에 칼자국이 있다고 밝혔다. 한씨측의 증인으로 출석한 장모(김씨가 근무할 때 다방 관리인)씨도 “김씨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는데 그녀가 군수와 성관계 대가로 받은 돈이라며 건넸다”며 “군수의 배에 칼자국이 있더라는 말을 해 입단속을 시켰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러나 김 군수와 김씨 모두 서로와 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칼자국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의문2 전주지검-고검은 무혐의, 대검은 재수사 왜 2차례나 반복했나.

일반적으로 지검과 고검에서 무혐의처분을 내린 사건의 경우 대검에서 재수사지시를 내리는 경우는 흔치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2차례나 무혐의처분과 재수사 지시가 반복됐다. 또 전주지검은 3번째 재수사에서도 무혐의처분을 내렸고 김 군수는 다시 광주고검에 항고를 해둔 상황이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김 군수측이 새로운 내용을 추가시키는 과정을 밟으면서 대검이 그대로 수사종결 지시를 내리기 곤란해 지검으로 다시 재조사 지시를 내린다는 설명이다.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된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고검에서 무혐의처분이 또다시 내릴 경우 김 군수의 항고가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검이 두 차례나 재조사 지시를 내린 점과 그럼에도 지검이 무혐의처분을 내린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의문3 왜 문제의 여성 김씨는 녹취록 내용을 번복하나

이번 사건의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는 누구보다 성매매 의혹의 당사자인 김씨에게 있다. 당초 김씨는 김 군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기전까지 김 군수와 2~3차례, 부군수와 7~8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을 털어놨다. 그러나 현재는 자신의 진술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술을 먹이고 강압에 의해 허위로 진술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변호인측 증인들은 녹취록은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공개적으로 녹음된 내용으로 모든 내용이 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군수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J일보 김 기자는 “김씨가 상주의 모 룸살롱에 있을 무렵 그녀를 무주로 함께 데리고 왔던 천모씨가 찾아오자 “룸살롱 주인보다 먼저오지. 이제와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러느냐”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진술번복 배경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는 게 김 기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진술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밝히기위해 공증까지 해뒀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당초에는 자신의 지문까지 찍어가며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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