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국가 문턱에 다가선 대한민국이 먼저 치유해야 할 과제는 지배 엘리트(Elite: 권력·영향력·권위를 행사하는 소수) 그룹의 도덕성과 준법정신 결여이다. 엘리트 그룹이 지배적 지위에 오른 것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하였던데 연유한다. 그들의 일부는 경제적 압축성장과 정치적 민주화 과정의 시대적 변혁 속에서 도덕, 준법, 페어플레이(공명정당) 등을 멀리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경쟁자를 제쳤다. 그들은 겉은 희고 속은 검은 이중생활로 엘리트 그룹으로 상승한 경우도 없지 않다.

누구든 고위공직에 임명되려면 당연히 지난 날의 반(反)도덕, 반준법, 반페어플레이에 대한 신상 털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후보자 신상 털기 인사청문은 과거 은밀하게 숨겼던 엘리트의 치부를 들춰내 공개 심판하는 마당이다. 대한민국도 이젠 겉과 속이 다르고 도덕·준법·페어플레이에 미달하는 엘리트를 거부한다는 일벌백계의 교훈이 요구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0~31일 연 이틀 신상 털기 인사청문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신상 털기 인사청문회로 “능력있는 사람이 나서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 것”이라며 고위 공직자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검증하고 국회에서 공개 검증을 할 때는 정책과 업무 능력을 위주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채택된 이후 신상 털기를 지켜보면서 일부 국회 질의자들과 언론의 무책임하고 볼썽사나운 접근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던 건 사실이다. 후보자를 범인 다루듯 하는 위압적 태도, 인격 살인적 막말, 무책임한 폭로,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과장, 망신주기 등이 그것들이다.
물론 저 같이 험한 인사청문 작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엘리트 그룹에 대한 신상 털기 공개 청문회는 피해선 안 될 과제다. 도덕·준법·페어플레이를 결여한 엘리트의 고위공직 진입은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되고 선진국 진입의 산고이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는 두 아들에게 나이 7~8세 때 그들의 명의로 수억 또는 십수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케 했다. 이미 열 살 전에 억대 재산가가 된 두 아들은 청년이 되어선 체중 미달과 질병(통풍)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 그들의 부동산 매입과 병역 면제가 합법적이었다손 치더라도 우리나라 엘리트 그룹에 대한 불신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족하다.

미국에서도 신상 털기는 매섭기 그지없다. 1993년 조이 베어드(여성) 법무장관 지명자가 남미계 불법체류자를 보모로 고용하면서 국세청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당시 불법체류자 보모 고용은 직업여성들의 관행이었으나 베어드는 자퇴했다. 그의 후임으로 지명된 킴바 우드(여성)는 불법 보모를 고용했으나 세금은 납부했으면서도 그도 후보직을 자퇴하였다.

박근혜 당선인은 신상 털기로 인해 “능력있는 사람이 나서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 것”이라고 토로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능력있는 사람”이란 준법·도덕·페어플레이에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오늘 날 고위공직자로서 능력있는 사람의 첫째 조건은 도덕성과 준법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춘 사람임을 직시해야 한다. 엘리트들 중 윗사람의 비위는 잘 맞출 줄 몰라도 도덕과 준법 그리고 소신을 갖춘 등뼈 있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인사청문의 신상 털기를 탓 하기 보다는 도덕성·준법·페어플레이 정신이 몸에 밴 인재를 널리 물색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와 언론은 후보자 신상 털기 과정에서 무책임하고 인격 살인적 질의와 보도를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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