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세상, 그녀만의 방법으로 단죄하다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자신의 딸을 유린한 아동 성폭행범을 40일간의 추적 끝에 직접 잡은, 엄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공정사회’가 개봉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영화 ‘공정사회’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이지승 감독과 배우 장영남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듯 수많은 취재진들이 자리했다.

질의응답에 앞서 장영남은 어바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트로피를, 이지승 감독은 벨로이트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트로피를 각각 들고 나와 이색적인 포토타임을 진행했다. 장영남은 “한국에서는 조연상 후보로만 5번 정도 올랐었는데 작은 영화제이지만 주연상으로 수상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벅찬 수상소감을 밝혔다.

아이 인권 존중하는 감독

연기파배우 장영남 주연, 영화 ‘해운대’ ‘통증’의 프로듀서 이지승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공정사회’는 보험회사에 다니며 10살 난 딸을 홀로 키우는 그녀(장영남)가 사회의 온갖 편견과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딸을 유린한 성폭행범을 잡기 위해 40일간 고군분투하며 범인을 찾아나서는 내용이다.

영화 ‘공정사회’로 처음 자신의 목소리를 낸 신인감독 이지승. 그는 민감한 소재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겪게 되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상업적 또는 대중적인 영화를 목적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새롭게 도전하려 노력했다”며 “혹시라도 이런 일을 당한 분들이 무기력함을 느끼기보다는 조심스럽지만 영화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감독이 캐스팅 중 가장 고심해야 했던 것은 바로 아역배우 캐스팅이었다. 수많은 아역들의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어린이는 연기가 처음인 신인 이재희였다. 실제로도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를 위해 이 감독은 아이가 사건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작전을 세웠고, 비록 생생하게 표현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아이의 인권을 지켜주기로 한다.

이 감독은 “배우라는 이름 때문에 아이에게 모든 얘기를 해주는 등 생생하게 찍는 방법을 완전히 거부했다”며 “범인인 배우와 아이를 따로 찍어 편집했으며, 한 화면에 나올 때는 아이에게 안대를 씌워 범인을 마주보지 못하도록 했다”고 숨은 배려를 당당히 전했다.

영화 ‘공정사회’는 5장의 시놉시스로 단 9회차에 촬영완료, 5000만 원의 예산을 가지고 빈틈없는 촬영 스케줄을 준비했다. 때문에 그 어느 촬영보다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했던 것. 장영남은 “영화 크랭크인 날 첫 촬영이 몸싸움 신이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하다 보니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며 “어떨 때는 하루에 15신도 찍고 몰아 찍었는데 환경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진정성’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특히 영화 ‘공정사회’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느 영화보다 뚜렷하다. 이는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파격적인 복수 장면을 통해 빛을 발한다. 그녀의 용기와 맞대응이 그 어떤 권력보다 큰 힘이 됨을 여실히 보여주며 소름끼치지만 통쾌한 결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장영남은 “마지막 장면은 본인의 자살 행위, 죽음과도 마찬가지다”라며 “사실 저렇게 복수해선 안 되는 건데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흥미롭고 통쾌했다”고 충격 결말을 예고했다.

이밖에도 실제 사건에 대한 인터넷 기사 한 줄이 모티브가 된 영화 ‘공정사회’는 흥행을 쫓는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게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진정성을 전달한다. 감독과 배우의 유별난 신뢰 또한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는 부분.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영남씨가 아니면 과연 이 아줌마 역을 누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없었다”며 “영남씨가 아줌마 역을 하면 최대한의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끈끈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장영남 또한 “날 믿어주고 신뢰해줄 수 있는 분이 있다는 건 돈하고도 바꿀 수 없는 것.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정확하게 1년 전, 이런 자리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이 감독. 그는 소수의 관객이라도 영화 ‘공정사회’를 보고 진정성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한다.
제목만으로도 모두의 바람을 담고 있는 영화 ‘공정사회’는 오는 18일 스크린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대담한 복수를 시작한다.

eb8110@ilyoseoul.co.kr


<프리뷰>

전설의 주먹 (4월 10일 개봉)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그 시절,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각자의 삶을 살게 된 세 친구(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한때 ‘전설’이라 불렸던 이들은 TV 파이트 쇼 ‘전설의 주먹’에서 우승상금 2억 원을 놓고 진짜 최강자를 가린다. 세월 속에 흩어진 전국 각지의 파이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쇼는 이변을 속출하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자기 자신이 아닌 그 누군가를 위해 인생 마지막 승부를 건 세 친구의 가슴 뜨거운 대결이 다시 시작된다.
▶네티즌 평점 ★★★★ (8.38)

오블리비언 (4월 11일 개봉)

외계인의 침공이 있었던 지구 최후의 날,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 잭 하퍼(톰 크루즈)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이미 자신을 알고 있는 한 여자(올가 쿠릴렌코)를 만나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 어떤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 잭. 그는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지하조직의 리더(모건 프리먼)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지구의 미래를 건 최후의 반격을 일으킨다.
▶네티즌 평점 ★★★★★ (9.05)

월 플라워 (4월 11일 개봉)

말 못할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찰리(로건 레먼)는 고등학생이 돼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샘(엠마 왓슨)과 패트릭(이즈라 밀러) 남매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다. 멋진 음악과 친구들을 만나며 세상 밖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가는 찰리. 하지만 불현듯 나타나 찰리를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와 친구들의 걷잡을 수 없는 방황은 세 사람의 우정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네티즌 평점 ★★★★★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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