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LP STORY>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김광석은 소주다”
김광석을 소주에 빗댄 공연.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힘들 때 한잔씩 마시는 소주처럼 김광석의 음악을 통해 관객들의 지친 마음이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공연은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 초연해 서울로 진출했다. 오는 5월 19일까지 서울 동숭동 아트센터K 네모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 공연은 김광석의 명곡 스물 세곡을 원곡으로 전하고 있다. 편곡으로 곡을 극대화 시키지 않고 원곡이 가진 소박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또 가사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스토리도 노래와 노래를 연결하는 최소한의 역할만을 한다. 거기다 배우들이 직접 통기타, 하모니카, 젬베, 건반 등 악기 연주와 노래를 맡아 뮤지컬보다는 소극장 콘서트 같은 느낌이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김광석 같은 가수가 되고 싶은 95학번 대학생 이풍세와 몇 명의 선후배가 ‘블루 드래곤즈’라는 통기타 그룹을 결성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대학 축제에 나가 1등을 한다. 이후 이풍세는 군대를 가고 제대 후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하다 연예기획사 ‘이돈만’사장의 눈에 띄어 보이밴드로 데뷔한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풍세는 실패를 맛본다.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단순히 먹고 살기위해 몸부림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블루 드래곤즈 멤버들이 풍세의 재기를 돕기 위해 다시 모여 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 <사진=LP STORY>
이 이야기들 사이로 ‘거리에서’, ‘나의 노래’, ‘어느 목석의 사랑’,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이등병의 편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변해가네’,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제목만 들어도 가슴 찡한 김광석의 노래들이 엮여 있다. 앵콜곡 ‘일어나’를 부를 땐 마치 김광석 콘서트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와 호응을 느낄 수 있다.
 
이풍세 역을 맡은 가수 박창근과 배우 최승열의 음색과 창법은 김광석과 매우 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감동을 더한다. 이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소름이 돋는다는 관객들도 있다. 여기에 여러 역을 숨 가쁘게 번갈아 맡는 멀티맨 박정권, 맹상열의 감초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입소문을 타고 매회 찾아오는 관객도 100여 명 이상이다. 연령층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소박한 무대 한쪽엔 자유와 김광석의 상징 통기타가 있다. 대구 초연 당시에는 실제 김광석의 기타가 무대에 올랐다. 아쉽게도 너무 오래되고 낡아 서울 공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김광석은 생전에 자신의 침이 관객 얼굴에 튈 수 있는 그런 작은 공연장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뜻대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앞으로 천여 차례 이상의 소극장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봄바람처럼 따뜻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통해 김광석의 음악으로 치유 받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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