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팔고 건보료 체납에 퇴사에 별거까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지 100일이 지났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50일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회 출신보다는 공무원, 정치인보다는 고시출신 고위관료나 교수 집단을 선호하면서 여의도 출신 인사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장경상 전 국정기획수석 행정관의 갑작스런 사퇴다. 불만의 요지는 간단했다. 전쟁할 때 피를 흘리던 대선 캠프 인사들은 홀대하고 막상 승리하니 전리품은 공무원, 관료 등 전문가 그룹이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여의도에는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했지만 ‘자리’를 못찾고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오리알’이라는 냉소적인 모임이 만들어졌다. 단순히 친목 모임이라고 하지만 모임을 갖게 된 배경이 안쓰럽다. 대선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직장까지 때려치고 도왔지만 결국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는 자조섞인 모임인 셈이다. ‘오리알’ 모임의 회원 다수는 주로 직능본부와 조직본부에서 일했던 전현직 보좌관들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부정기적 소모임을 가지고 있다. 인원은 대략 50여명에 육박한다.

조직본부장은 홍문종 의원이 이끌었고 직능본부장은 유정복 현 안전행안부 장관이 맡았다. 길게는 작년 7월부터인 대통령 후보 경선때부터 함께 했고 짧게는 대선 캠프 이후 참여한 인사들이다. 홍 의원의 경우 대선 승리후 ‘공신록 명단’까지 유출시키면서 친박 핵심에게 ‘챙겨달라’고 부탁했지만 박 대통령과 문고리 권력으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놀고 있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반면 유 장관의 경우에는 관료 특유의 성향상 드러내놓고 측근 그룹을 챙기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 자신이 데리고 있던 보좌관 등 최측근 인사 몇몇만 챙기면서 ‘수장이 부하를 챙기질 않는다’는 조직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홍 의원과 유 장관 휘하에 있던 전현직 보좌관 다수가 청와대나 장관실, 공기업 등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오리알’ 모임에 있는 인사들의 삶마저 힘들어지면서 불만을 넘어 신음섞인 한탄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전직 보좌관 A씨는 “최대 10개월에서 3개월 이상 놀고 있는 사람들이 절반은 되는데 건강보험료가 체납돼 압류 경고를 받는 사람부터 차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심지어 집에 못 들어가 사실상 별거와 다름없이 생활하는 사람 등 피곤한 사람들이 많다”며 “목구녕이 포도청이라고 부인이 의사나 선생님이 아닌 이상 생활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백수는 아니지만 국회의원 보좌관 신분으로 돌아온 다른 인사들의 마음 역시 편한 것도 아니다. 비록 월급을 받고 있지만 경선 대선을 거치면서 보좌진이 담당할 국정감사 등 모시고 있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지원 대신 박근혜 캠프에서 일해 다른 직원들과 서먹서먹하기는 마찬가지. 이들 중 몇 몇은 대선 끝나고 국회의원으로부터 사표 종용을 받아 쫓겨난 인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리알’ 모임의 또 다른 설움은 같은 보좌관 출신으로 승승장구하는 전직 보좌관출신들과 비교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좌관 출신중 청와대에 입성해 있는 성골 그룹으로 ‘십상시’(十常侍)로 불리는 집단이 있다. 현대판 십상시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2007년 경선때부터 일해 온 박 대통령에 충성도가 남다른 10여명의 보좌관 출신 집단들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중국 후한말 영제 때 권력을 잡아 조정을 주물렀던 환관 10명을 비유한 별칭이다. 내부에선 '팔닭회'(88학번 닭띠모임의 줄임말)로 알려져있다.

결국 ‘오리알 모임’은 모시던 국회의원부터 대선 캠프 수장, 그리고 같은 보좌관 출신 3그룹으로부터 ‘따’를 당하면서 대선 공신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설움을 당하는 처지를 냉소적으로 명명한 모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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