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고 이를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 담은점이 대표적 성과였다. 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마저도 이점에서 만큼은 토 달 일이 없을 것 같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명명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동의와 지지를 얻어낸 것 또한 괄목할 성과다. 대북관계의 주도력 확보란 점에서 그렇다.

이런 방미 성과가 난데없는 괴한(?) 침입으로 빛을 잃었다. 여론 지지율을 급상승 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던 ‘동남풍’이 역풍으로 바뀌는 현상이 너무 잔인스럽기까지 하다. 안타깝다 못해 가슴이 멍멍 할 지경이었다. 윤창중, 그 사람이 정말 그랬을까, 언론이 지나치게 광기를 부리는 것이나 아닐까, 이러다가 윤창중 그 사람 자살이라도 하도록 만들어 사람 하나 잡아 놓고 한 가정을 거들내지나 않을까, 온갖 우려가 일어나고 조마스러웠다.

그런데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건 직후 “재수 없게 됐다”며 귀국을 지시했다고 한 윤창중씨 주장엔 더욱 놀랍고 기가 막혔다. 이 전 수석이 부인하고 있는 판이지만 정말 그가 그런 말을 했다면 이는 비난과 비판에 앞서 청와대 참모들의 인식과 품격 문제고 외적으로 국격 문제임에 틀림없다.

재수 없게 됐다는 그 말은 별것 아닌 일이 재수 없었던 게 문제였다거나 늘 하던 짓이 이번에 재수 없게 걸려들었다는 말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흙탕물로 뒤덮는 사건이 재수 없이 일어났다는 이 말이 술에 취해 성적(性的) 주사(酒邪)를 부리고 변태적 습관을 나타낸 것보다 의식면에서 훨씬 부도덕하다는 판단이 생긴다.

국가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 비서실의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이러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좌절이 시간문제로 다가올지 모른다.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우의를 확인하고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초청받을 정도로 환대를 받은 기억이 오히려 곤혹과 민망함으로 바뀌어 버린 지금 손톱만큼의 의혹이 남아서도 안 된다. 조속한 수사로 사건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국격(國格)을 순식간에 땅바닥에 떨어뜨린 아픈 교훈으로 역사에 담겨야 마땅하다.

이런 추잡한 문제로 두 번 다시 국가 지도자가 머리를 숙이는 일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윤창중 씨는 미국 현지에 가서 제대로 조사를 받고 상처받은 국민들께 사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또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속죄하는 방법을 진심으로 고민해야 그나마 사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안이한 상황인식, 늑장보고, 혐의자 도피 방조, 은폐, 축소 등 무개념에 대한 박 대통령의 비상한 조처가 또한 관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외교 성과가 건설업자 윤 씨 사건으로 훼손된 것이 부족해 또 한사람 특별한 윤 씨 사건으로 국정이 매몰당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국민이 많은 반면에는 이 5월에 ‘동남풍’을 시샘하는 ‘서북 역풍’의 존재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번 사건을 통찰해서 더 이상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 오기 인사 소리가 안 나와야 된다.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는 말이 적지 않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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