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백(Back)태클’에 홈팬들 ‘우~우~’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 당선돼 승승장구하고 있는 새누리당 중진 A의원이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3년 후에 있을 총선을 대비, 18·19대 총선에서 자신과 경쟁한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내용을 가지고 A의원 측근으로부터 고소당한 이는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일에 대해 (우리는) 취하했는데 A의원은 취하하기보다는 대리인을 내세워 소송을 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다음 총선을 겨냥한 소송이라고 하지만 A의원의 고소 퍼레이드를 두고 최근 지역정가에서는 ‘고소왕’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리고 있다.

지난 5월 1일 경북에서 만난 한 시의원은 기자에게 뼈 있는 말을 했다.
“‘18대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했고, 이 말을 선거에서 했을 뿐인데 새누리당 중진 A의원이 이것을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했다”며 “이것이 허위사실 유포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러면서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고소사건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이 서로 왜 취하했겠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19대 총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지역 일가에서는 A의원이 상대 후보를 끝까지 짓밟는 등 신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는 분위기가 급격히 형성돼 있다. 그도 그럴 것이 A의원은 자신에게 불편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법적 대응으로 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싹을 잘라야 산다?
경쟁자에 대해 사전에 발목을 잡아놓으면 다음 총선에서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지역여론이 A의원에게 좋지 않아, 상대방을 고소해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가 보여진다는 게 한 시의원의 전언이다. A의원의 태도를 보면 ‘선을 넘은’ 정도가 아니다. 낙선자 측에서 선거가 끝난 뒤 A의원을 상대로 고소했던 것을 모두 취하했지만 A의원은 선거사범단속기간 한달을 남기고 고소, 대응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A의원의 본격적인 고소행보에 물꼬를 튼 사람은 18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B후보였다. A의원은 친척을 동원해 B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B씨 측은 “18대 총선이 끝난 후 2차례나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당해 4차례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며 “지금껏 낙선자를 고소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고소한 것에 대해 취하했는데…”라며 말문을 연 뒤 “‘18대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라는 말을 했고, 이를 인용한 것을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한 A의원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A의원과 B후보 측은 기나긴 법적공방을 벌여야만 했다.

결국 B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가 꼭 이기고 돌아오라’라는 말로 인해 대법원으로부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B후보는 정치권을 떠나야만 했다. A의원의 고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대 총선에서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상대 후보 C씨를 고소했다. 18대 때와 마찬가지로 A의원은 본인이 아닌 측근을 통해 고소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C후보는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A의원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며 항의했지만 당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경선에 불참했다.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A의원이 타 지역 거주자녀 대리접수, 주민등록상 등재되지 않은 사람, 미성년자를 선거인단으로 포함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당에서는 나몰라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C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 A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총선 결과 C후보는 A의원에게 아쉽게 패배했다.

이후 A의원 측은 20대 총선을 대비해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제기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무소속 C후보를 뒤늦게 고소했다. 18대 때와 마찬가지로 C후보는 A의원 측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모두 취하했지만 A의원은 선거사범단속 기간 한달을 남겨두고 C후보를 고소했던 것. 현재 1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C후보 측은 “A의원이 시켜, 고소를 했다”는 녹취록도 보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A의원 측은 친인척의 고소 사실에 대해 “자신과 무관한 일이며 코멘트 할 이유가 없다. 지역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허위사실을 퍼트려 시민들을 우롱하고 속여 선거풍토를 흐리게 한 것은 바로잡아야 된다는 입장은 밝힌 바 있다”며 “C후보가 고소됐으면 조사받고 해명하고 털면 그만이지 또 다시 고소를 해서 뭘 하겠느냐”고 말한다.

A의원 측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2심 과정에서 A의원은 120페이지에 달하는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시함과 동시에 기자를 증인으로 채택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A의원이 주도했다는 것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는 게 C 후보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역여론조차 ‘냉대’
문제는 이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이어지는 A의원의 고소행보를 지켜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그다지 곱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A의원의 지역여론과 핵심인사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보니 사전에 경쟁자를 모두 내치려는 것 아니냐”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신공안정국도 아니고, 군사독재시대도 아니다”며 “승자와 패자간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진 채 고소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소왕 타이틀을 붙여도 될 듯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A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청와대 민정팀에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민정팀 한 관계자는 “A의원이 변호를 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투서가 들어왔다”고 밝혀,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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