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기존의 대판형을 포기하고 타블로이드 판형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WSJ을 소유한 다우존스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오는 10월17일부터 월스트리트저널과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을 타블로이드 판으로만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도 몇몇 메이저급 신문사를 중심으로 타블로이드 판형의 도입을 검토해왔으나 번번이 유보됐다. 그러나 세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신문들이 잇따라 타블로이드로의 전향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 타블로이드 신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타블로이드 신문업계의 관계자는 “타블로이드를 보는 주 독자층은 ‘블루칼라’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실을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점잖은 기사들은 일간지 보도만으로 충분하다. 차별성이 없다면 사람들은 굳이 타블로이드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타블로이드 신문은 더 이상 독자들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눈요깃거리 기사를 내세워 독자들을 끌어모으려는 것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제살깎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문의 내용이 소문과 추측들임을 알게 됐을 때의 독자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은 더 이상 타블로이드 신문을 사보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카더라’, ‘~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식의 추측성 기사 일색인 타블로이드 신문은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주 독자층이 블루칼라라고 해서 신문의 질을 그들에 맞춰야 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타블로이드가 더 이상 하류층이 눈요깃거리로 숨어서 뒤적거리는 매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타블로이드가 살아남는 방법 현재 타블로이드는 제작 원가가 낮아 신문 생산비용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문업계 불황의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다우존스는 이번 WSJ의 타블로이드 전환으로 인해 매년 1,700만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최근 잇따라 등장하여 톡톡한 재미를 보고있는 무가지 타블로이드 신문도 또다른 자극이 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신문업계 관계자들은 “타블로이드판으로의 전환이 신문시장의 경기침체를 회복시켜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에 동감하고 있다. 국내 유력일간지의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모델로 삼으려했던 ‘인디펜던트’사의 경우에는 판매량의 급증이 광고단가의 상승과 맞물려 성공했지만 국내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타블로이드 신문은 판매수입보다는 광고수입에 의존해 운영해 나가는 방식이고 이는 일간지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타블로이드가 살아남는 길은 3류 찌라시에서 탈피하는 방법뿐”이라며 “유력 일간지에서조차 다루지 못하는 희귀한 양질의 기사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타블로이드에는 일간지나 뉴스에서 볼 수 없는 획기적인 기사거리를 심도있게 다룬다는 의식이 퍼져나갈 때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침체기에 빠져든 국내 신문시장에서 타블로이드 신문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일간지 타블로이드 전환은 ‘시기상조?’
“외국에서 타블로이드 신문의 성공사례가 속속 들어오는 이상 타블로이드의 전환에 한번쯤 솔깃하지 않을 신문사가 있겠는가” 중앙일보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타블로이드로 전환한 뒤 폐간 위기에서 회생한 영국의 인디펜던트사의 극적인 부활에 벼랑 끝으로 몰린 한국 신문업계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9월 캐빈 오렐리 인디펜던트 사장을 초청해 성공 사례를 듣는 등 타블로이드 시장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9월 창간 39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타블로이드 판형 전환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인해 신문업계에서는 중앙일보가 국내 일간지에서 가장 먼저 타블로이드판을 발행할 것이라는 소문들이 무성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블로이드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신문시장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타블로이드 판형으로의 전환은 현 신문업계의 난관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으로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유력 일간지들의 타블로이드로의 전환 움직임은 현재 보류상태로 보인다. 그는 “타블로이드판으로의 전환은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신문시장에서 과연 타블로이드판이 먹힐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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