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여객기나 유람선이 큰 사고를 낼 땐 의례 승객 구출을 위한 영웅담이 뒷이야기로 남는다. 때로는 혼자 살기위해 먼저 도망친 비겁한 스토리도 있다.
7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착륙 사고에서도 영웅은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착륙 사고로 꼬리부분이 잘려나갔고 기체가 불탔다. 승객과 승무원 307명 중 두 중국 여학생이 사망했고 18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붙은 동체로 객실은 검은 연기로 들어찼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를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비명과 함께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이 위기의 순간에 모든 승무원들이 헌신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였지만 그들 중에서도 이은혜 승무원 팀장은 “영웅“ 칭호를 얻기에 충분하였다.
이 승무원은 자신도 꼬리뼈 골절상을 입었으면서도 부상당한 동료 승무원을 업고 동체를 빠져나와 활주로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검은 연기를 내뿜는 동체로 뛰어 들어갔다. 짐을 챙기려는 승객들에게는 “Go Go(나가요)”를 외치며 객실을 돌았다.
그녀는 한 여성 승객이 다리를 심하게 다쳐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고는 달려가 부상자를 등에 업고 나왔고 다시 동체로 뛰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동체를 겁도 없이 여러 차례 드나들었고 객실에 승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마지막으로 부기장과 함께 탈출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조앤 헤이스 화이트 소방국장은 “캐빈 매니저(이윤혜)가 영웅이었다”고 했다. 화이트 국장은 “그녀가 너무 침착하게 구조활동을 벌여 처음에는 공항에서 파견된 구조 요원인 줄로만 알았다. 그녀는 사고기에 남아 마지막 승객이 내리는 것 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탑승객 유진 앤서니 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몸집도 작은 여승무원(이윤혜)이 눈물을 흘리며 승객들을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며 “그녀는 울고 있었지만 침착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1년여 전 이탈리아 해역에서 발생한 대형 유람선 사고에서는 전혀 다른 비굴한 상황이 벌어졌다. 2012년 1월 13일 4200명을 태운 이탈리아 소속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제도 질리오 섬 앞에서 좌초, 오른쪽으로 기울며 바다에 잠겼다. 사망 11명에 실종자 24명을 낸 조난이었다. 그러나 이 유람선의 선장 프란체스코 셰티노는 배가 좌초하자 승객 구조 지휘는 커녕 먼저 도망쳤다. 셰티노는 선장으로서 승객을 최우선적으로 구조해야 하고 배와 운명을 함께 한다는 책무를 저버렸다.
셰티노 선장의 비겁한 작태는 꼭 백년 전인 1912년 4월 14~15일 북대서양에서 빙하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 선장과 대조된다. 타이타닉 침몰은 순식간에 2200명의 승객들 중 1500여 명의 생명을 차디찬 북대서양 바다속에 수장했다.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은 급속히 가라앉는 타이타닉 갑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승객들을 구명보트에 질서정연하게 승선토록 지휘 했다. 그는 우왕좌왕하는 승객들에게 “영국인답게 처신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그는 타이타닉 갑판위로 마지막 물이 사납게 차 오르는 순간 탈출하라는 승무원들의 권유를 뿌리친 채 타이타닉과 함께 최후를 장렬히 맞이했다. 혼자만 살겠다고 줄행랑을 친 이탈리아 선장 셰티노와는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룬다.
셰티노 선장과 이윤혜 승무원을 겹쳐보면서 두 개의 상반되는 인간 군상(群像)을 떠올린다. 셰티노처럼 높은 직위에 있으면서도 어려운 때 먼저 도망치는 비겁한 인간과 이윤혜처럼 높지 않은 직책이면서도 위기 때 목숨을 걸고 끝까지 책무를 다하는 정의로운 인간, 둘이 그것이다. 이윤혜의 영웅담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와 희망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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