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기능에 발목 잡힌 보잉 “F-15SE 부결 유감”

▲ 미국과 유럽에서 거론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후보기종 모습. 위쪽부터 록히드 마틴 F-35, 보잉 F-15SE, EADS 유로파이터. (사진=록히드마틴·보잉·EADS 제공)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향후 30년 이상 우리나라 영공 방위의 첨병이 될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 원점 재검토로 돌아선 이후 단독후보로 입찰 선상에 있던 F-15SE 생산업체인 보잉사가 유감을 표시했다.

보잉은 24일 입장자료를 내고 그동안 방위사업청에서 정한 모든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 왔다. 현재 선택 가능한 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방사청으로부터 이번 결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을 기다릴 것이라고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FX선정 사업에 참여했다가 밀려나 자포자기했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과 유로파이터 생산 업체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다시 희망을 지피는 기색을 내비쳤다.

록히드 마틴은 방사청이 입찰공고를 하면 재차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제안한 F-35A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고, EADS 측 역시 유로파이터가 한국 공군의 전력 공백을 메우고 동시에 항공산업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재검토 결정을 환영했다.  

사업 재추진에 전력공백 우려 목소리 

한편 정치권에서도 FX사업 원점 재검토를 반기는 분위기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차세대 전투기 단독 후보로 오른 미국 보잉사의 F-15 SE에 대한 심의안이 부결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국가안보를 위해 잘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다만 사업지연에 따른 전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에는 이번에 드러난 미비점을 보완하고 평가항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 역시 보잉사의 F-15SE가 개발된 지 30년 된 노후 기종이라고 지적하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전력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차기 전투기 선정 사업을 재추진해 우리나라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전투기를 제대로 선정하는 일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와 군 당국의 이번 FX선정 사업 재검토 발표는 사실상 공군 원로장성들의 일리 있는 반발이 일부 수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간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전투기가 아니면 북한 비대칭 위협이나 동북아 주변 군비 경쟁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특히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스텔스기 도입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추지 못한 F-15SE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군사전문가들의 우려와 시민사회의 반대가 더해져 원점 재검토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보잉사로서는 FX 선정 발표 전날 국내 주요 일간지에 한국을 보잉사 항공우주산업의 허브로 키워나가겠다는 투자 의사를 밝히는 등 막판까지 최종 선정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결국 스텔스 기능에 발목이 잡혔다.

그럼에도 입찰 기종 중 유일하게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A가 원점으로 돌아선 FX사업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가격 협상과 기술지원 협약이 미흡해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해 보인다.

원점 재검토로 벌써부터 차기 전투기 도입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소요기간을 최단기간으로 하고, 전력공백을 최소화해 전력유지에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며 “2017년 전력화 시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군 당국은 사업 재추진 시 분할구매 또는 여러 기종을 믹스(MIX)구매 방식을 고려해 다양한 방법들을 검토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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