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성매매를 합법화 하면…

최근 스위스에서 보도된 뉴스가 한국 남성들을 자극하고 있다. 보도의 주인공은 바로 일명 ‘드라이브-인(Drive-in) 시스템’의 성매매다. 원래 이것은 자동차를 탄 채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나 콜라를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컫는 용어였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꼭 빼닮은 섹스 드라이브 인(Sex drive-in)이 등장했다. 성을 매수하려는 남성들이 차에 탄 상태에서 매춘부들을 골라 가격을 흥정하고 별도로 마련된 곳에서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마치 마굿간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길게 늘어선 공간에 칸막이가 있고 그곳에 차가 한 대씩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신기하게 볼 수 있는 ‘토픽 뉴스’감의 내용이지만 한국 남성들은 이러한 뉴스에 자극을 받아 분노하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위스에서 성매매는 합법이다. 거기다가 매춘 여성을 보호하고 성매수 남성을 보호하기 위해 섹스 드라이브 인을 만들었다.
별도의 칸막이에는 현지 경찰과 직접 연결돼 있는 알람이 있어 비상상황시 매춘부들이 벨을 누르기만 하면 곧바로 신고가 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경찰이 매춘녀를 보호하고 성매매를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성매매 女 배려?

그렇다면 스위스는 어떤 나라일까.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들이 사는 곳이다. 영국 레세스터 대학의 화이트 교수가 전 세계 178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스위스는 2위를 차지한바 있다. 교육 수준도 높고 복지도 훌륭하다. GDP수준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모자라지만, 세상의 모든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복지국가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매춘을 합법화한 것에 모자라 매춘녀와 성매수 남성을 보호하고 배려하기 위해 ‘섹스 드라이브 인’을 설치하자 성매수의 자유를 원하는 한국 남성들이 ‘좌절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 직장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나처럼 여자들에게 별로 인기 없는 남성들은 매춘이 아니면 섹스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잘생긴 남자들, 소위 여자의 마음을 홀릴 수 있는 ‘나쁜 남자’들은 한 번에 여러 명의 여자를 사귀고 또 섹스를 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이는 너무 불공평하지 않는가.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복지국가에서 매춘을 합법화하다 못해 그런 조치까지 취한다고 하니 정말이지 대한민국이 싫어졌다. 도대체 왜 그렇게 성매매를 죄악시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스위스 정부는 모두다 변태 공무원이라서 성매매를 합법화하겠는가.”
사실 이 직장 남성의 이야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등에서도 매춘을 합법화했고 이런 나라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이를 단속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한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연 매춘이 정말로 합법화될 수는 없는 것일까. 한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춘을 불법화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그것은 ‘숭고한 성(性)은 사고 팔 수 있는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편협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부터 성이라는 것은 늘 판매의 대상이었다. 우리가 노동력을 팔고 돈을 받듯이, 성을 팔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손과 발을 활용해 노동을 하는 것이나 성기를 활용해 노동을 하는 것이나 뭐가 다르다는 이야기인가. 이는 성을 지나치게 신성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신성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성매매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정부에서 제대로 된 규정과 제도를 만들어 시장을 양성화하라고 말한다. 그 어떤 시장이든 좀 더 양성화된 상태에서 정부가 적절히 규제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이전까지의 부작용은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성매매 합법화해도 문제는 여전?
하지만 성매매의 합법화만이 답은 아닐 수도 있다. 실제 10년 전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의 경우에는 현재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매매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과거 독일에서 성매매를 하는 돈은 40유로(우리나라 돈 6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성매매를 합법화하자 수많은 포주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10유로(약 1만5000원)로 떨어졌다는 것.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이 일은 더 많이 하고 받을 수 있는 돈은 더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독일 전체의 사창가는 무려 3000여 개에 달하고, 수도 베를린에만 5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많은 사창가가 생겨나고 또 많은 여성들이 매춘으로 몰리다 보니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은 성매매의 할인마트’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심할 때에는 햄버거 하나에도 몸을 파는 여성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성매매 합법화가 성매매로 인한 부작용을 줄인다는 것 자체는 무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독일의 경우에는 그렇지만, 합법화로 큰 부작용이 없는 나라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매매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성매매를 합법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성매매를 어떻게 볼 것이며, 어떻게 정부에서 관리할 것이냐가 정말 중요한 문제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이라는 것은 언제나 부작용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냥 시장의 손에만 맡겨 놓으면 그 어떤 시장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부가 ‘짝통 명품’을 만들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며, 대기업이 담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독과점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성매매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에만 맡겨놓고 그것을 ‘합법화’라는 미명아래 포장한다면 언제든 문제는 생겨난다. 결국 정부에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분명 해법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를 기대하기란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수십 년 간 ‘불법’으로 규정되어 온 것을 한번에 ‘합법’으로 풀기도 쉽지 않고 더불어 그에 대한 ‘배려’를 한다는 것은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진은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실 행정이라는 것이 무척 시간도 더디고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성매매가 불법에서 합법으로 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대혼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매매와 관련된 수많은 규정이 바뀌어야 하고 그에 따른 조치가 달라져야 한다. 일반 행정업무 뿐 아니라 경찰 업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기다가 흔히 말하는 ‘윗사람’들이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성매매를 합법화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곧 ‘성매매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변태 성욕자’등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악성댓글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했다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성매매가 합법화되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사실 성매매에 대한 합법화의 문제는 그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문제였고, 너무도 많은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쾌도난마의 비법’이란 사실 예상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해외에서 문제의 해법을 벤치마킹할 수 있겠지만 이 마저도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준점을 어디로 잡아야할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쟁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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