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뜨는 파파라치…포상도 천차만별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2013년 청년실업률은 10.5%,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이다. 내 월급만 빼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른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파파라치가 뜨고 있다. 정부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신고 포상 제도는 모두 976가지다. 입법통과된 것까지 합치면 1152가지다. 게다가 포상금도 10만 원부터 많게는 5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러다 보니 청년은 물론 40~50대 직장인들도 파파라치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는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파파라치를 전업으로 삼은 사람들도 있다. 파파라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생부터 50대 주부까지 ‘파파라치 전성시대’
대세는 세파라치… 신고 건당 포상금 100만 원

‘신고포상제도’란 인력이 부족한 정부 대신에 시민 스스로가 직접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업체 및 기관을 감시·고발하고 포상금을 받는 제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전문 포상‘꾼’들이 등장했다. 자신들은 ‘신고포상요원’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흔히 ‘파파라치’라고 부른다. 이들은 900여 가지의 포상제도 중 자신에게 맞는 몇 개의 전문분야를 선택해 ‘작업’에 들어간다. 꾸준히 작업하면 한 달에 100만~200만 원을 버는 것은 어렵지 않다.

900여 가지의 파파라치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소개되는 파파라치 종류는 학(원)파라치와 세(금)파라치다. 학파라치는 불법 고액과외와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고 운영하는 학원·교습소 등을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는 파파라치들을 일컫는다. 과목당 80만 원이 넘어가는 과외는 ‘불법 고액과외’다. 이것을 신고하면 포상금 5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세파라치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고발하는 파파라치다. 이들은 병원이나 가구, 인테리어점,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등을 방문·상담 후 계약금을 입금할 계좌번호를 요구한다.

그 계좌의 주인 이름이 해당 업체의 대표자의 이름과 다를 경우 바로 신고에 들어간다. 직원이나 가족 이름의 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고발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국세청이 시행한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도는 건당(추징액 1000만 원 이상) 5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추징액이 7억5000만 원을 넘는 경우 포상금도 최고 1억 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파파라치 업계에서는 세파라치가 대세다.

학파라치, 세파라치 말고도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포상제도는 수도 없이 많다. 전문 파파라치가 아니더라고 내용을 알기만 한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충분히 불법적인 사실을 발견·신고 후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휴대전화 아래 가격 표시가 없다면 이는 불법이다. 이것을 신고하면 건당 4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일반 차량을 신고하면 15만 원의 포상금이 나온다. 지하철 역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전단지는 10만 원의 포상금이 나온다.

노래방에서 맥주를 가져오는 장면을 찍어 신고하면 1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고, 노래방 도우미를 신고하면 40만 원의 포상금이 나온다. 미용실이나 주얼리숍에서 귀를 뚫어주는 것도 불법이다. 이는 5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애견미용숍에서 소화제나 회충약과 같은 약을 판매하는 것을 신고하면 7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PC방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찍으면 10만 원, 라면·볶음밥 등을 판매하는 것을 신고하면 40만 원이다. 버스전용차로에 끼어든 일반 차량을 찍어 신고해도 포상금이 나온다.

투잡 뛰는 직장인

이렇듯 알기만 하면 일상생활에서 ‘파파라치’생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루에 20만 원가량의 포상금을 벌 수 있다. 한 전문 파파라치는 “지난해 경기인천지역에서 91억 원의 포상금이 나왔다”며 “불법을 근절하고 수익도 올릴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서 하루에 20만 원씩 벌 수 없지 않느냐”라며 “기껏해야 200만~300만 원 버는데 차라리 전문적으로 파파라치를 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얇은 월급봉투를 받는 직장인 중 파파라치로 투잡을 뛰는 사람도 많이 있다. 회사원 A(31)씨는 인터넷을 통해 파파라치의 정보를 접한 뒤 파파라치 학원으로 찾아갔다. 그곳에서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바로 정회원으로 등록했다.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몰래카메라 비용(90만 원 상당)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 신용카드로 쿨하게 긁었다. A씨는 “파파라치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고민도 많이 했다”며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결혼자금 모으기도 빠듯하다.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하루에 1~2건만 해도 이득이 상당한데 알고도 안 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파파라치 학원 관계자는 “요즘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파파라치를 하고 있다. 성별로는 여성이 70%를 넘는다”며 “대학생과 고등학생들도 파파라치 작업에 뛰어든다. 대학생은 1~2건 작업해서 등록금을 충당한다. 또 고등학생의 경우 신고 포상금을 받으면 생활기록부에 기록돼 플러스 점수를 받아서 입시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파파라치 활동을 하다가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으로 뛰어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문 파파라치 4년차인 B씨(43)는 “파파라치 활동을 시작한지 1년도 채 안 돼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며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니 수익이 배가됐다. 지금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포상제도는 부족한 공권력을 대신해 시민 스스로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이며, 그 대가로 포상금을 지급받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신고포상을 받는 사람들, 즉 파파라치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한 파파라치는 “우리는 다른 시민을 대신해서 불법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이는 엄연히 합법적인 행동이다. 예전에는 남을 고발하고 돈을 받는다며 욕을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파파라치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파파라치는 잘못된 행위를 한 사람들을 신고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며 “남을 속이고 몰래 촬영한 뒤 신고를 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선이냐 악이냐

반면 ‘파파라치는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자영업자 김모(30)씨는 “법을 위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맞다. 그것을 신고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 아니다”면서도 “그렇지만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 탈세하는 것을 신고하는 것은 괜찮지만 돈 없는 서민들까지 신고하면서 포상금을 받는 것이 그렇게 좋을까 싶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회사원 한모(27)씨도 “뉴스에서 파파라치들이 시골 슈퍼를 찾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들을 상대로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았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면서 “그분들은 알면서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알지 못했을 뿐인데 일부러 포상금을 노리고 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양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관계자는 “포상금 제도는 전문‘꾼’들이 아닌 시민 스스로가 주체가 돼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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