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정을 통해 바라본 옛 선비들의 정취

   
▲ <심수정-경주>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98, 이 정자는 농재 이언괄을 추모해 조선 명종 15년(1560년)경에 지어졌다. 농재는 형인 회재 이언적을 대신해 벼슬을 마다하고 나이든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그 뒤 철종 때에 이 정자가 불타고 1917년경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인류의 역사 속에 풍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각 예술의 중요한 표현 대상이자 주제였다. 더욱이 동양의 산수화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며 이상향적인 풍경을 시각화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며 정신을 수양했던 누정은 유교정신을 근거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전통을 담고 있다.

작가 이상대는 한국 건축문화의 한 축을 장식하고 있는 누정을 통해 자연의 숨소리를 파노라마 포맷으로 재구성했다. 누정의 내부에서 바깥 풍경을 담아낸 것.

그 때문에 어두움과 밝음이 교차하며 한데 어우러져 사유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 누정을 통해 자연을 바라봄으로써 관조적인 동양의 정신세계를 파노라마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신세계와 조우하는 시간

누정은 누각과 정자를 함께 일컫는 말로 사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룻바닥을 지면에서 한층 높게 지은 다락식 집을 말한다. 그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지방의 중소 지주 신분의 많은 선비들이 곳곳에 정자를 지었다. 정자들은 주변의 경관에 맞추거나 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지어졌다. 특히 연산군에서 중종 대에는 정자 건립의 절정을 맞았다. 당시 선비들은 정치세력 간의 권력다툼에 환멸을 느끼고 정계진출을 단념하고 고향에 내려가 여생을 보낸 이가 많았다.

이러한 유교전통은 중국 송나라 때 대학자 주자에게서 비롯됐다. 주자는 무이산에 들어가 무이정사를 세워 은거하면서 아홉 구비 경승지를 찾아 무이구곡도가를 지었다. 퇴계 이황 역시 도산서당을 짓고 그곳에서 시조 도산십이곡을 지었다. 그는 저들이 부유함으로 한다면 나는 인으로 하며 저들이 벼슬로 한다면 나는 의로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켰다.

이처럼 누정 안에 녹아들어 있는 선비들의 절개를 드러내듯 이상대 작가는 빛이 만들어낸 밝음과 어두움의 조화를 통해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누정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김영태 현대사진포럼대표는 “21세기 동시대 사회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야말로 속도의 시대라며 작가의 풍경사진은 그러한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결과물이다. 이 전시를 보는 이들은 전통적인 건축물인 누정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될 것이고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신세계와 조우하는 시간을 얻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상대 작가는 전통건축문화는 자연숭배 정신에 기인한 조형 철학을 담고 있다. 그 안에 내제된 열림의 비어있는 공간에서 나타나는 마음 풍경에 시각 풍경을 담기 위해 시작했다누정 속에서 밖의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누정이 가지는 다양한 펼침 공간의 풍경 속에 내포되어 있는 자연숭배 철학을 전제로 열린누정공간풍경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의 소재인 경상도 지역에 보존되어 있는 전통 누정을 대상으로 선조들의 자연숭배사상과 풍수지리설에 입각해 축조된 만큼 그 안에 내재된 열림과 펼침의 표현철학을 자연풍경으로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상대 사진전은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KBS 대구방송총국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todida@ilyoseoul.co.kr

작가 이상대 프로필

경운대 사진영상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미술학 석사 현대 사진영상학회 회원 한국포토이미지학회 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 구미지부 감사 중국 문등시 촬영가협회 회원 안정행정부 대한민국 100선 작가 한국정수문화예술원 추천 작가 일요서울 대구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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