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11시 10분 보라매공원을 찾았다. 보라매공원은 탈선한 10대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각종 사건사고로 곧잘 뉴스에 등장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10일에는 서울 지하철 신대방역에서 보라매공원으로 이어지는 사잇길에서 한 여대생이 40대 괴한의 흉기에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 때문에 추가범죄를 우려한 경찰관들이 이따금씩 순찰을 도는 모습도 보였다. 보라매공원 주변은 숲으로 우거진 곳이 많아 밤이면 그 숲 속에서 연인들이 은밀한 행위를 즐기거나 가출 청소년들이 흡연과 음주를 하는 아지트로 애용되는 장소다.“그 사건 이후로 찾는 사람이 갑자기 줄었어요. 그래도 애들(10대 청소년들)은 겁도 없이 오더라고요.” 보라매공원 주변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6)의 말이다.

김씨의 말처럼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청소년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이들은 살인사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3~6명씩 모여있는 그들을 주시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뜻하지 않은 일은 그로부터 20여분이 지난 다음에 생겼다. 10여분 전 두 명의 여학생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자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 학생들 중 하나가 기자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이었다.“아저씨 혼자 오셨어요?” 약간은 머뭇거리는 듯한 말투다.“그래 혼자 왔는데… 왜 그러지?” 상대가 긴장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응수해 주었다.그러자 그 여학생은 “누구 기다리세요?”라고 물었다. 기자는 다소 의아해 하며 “그건 왜 묻는건데?”하고 되물었다. 여학생은 다시 “아저씨, 저랑 같이 노실래요?”하고 물어 왔다.

자신을 이희진(17·가명)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용돈이 없어서 친구와 함께 ‘남자사냥’을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여학생이 하루 노는 대가로 요구한 돈은 12만원.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저쪽 편에서 같이 온 친구로 보이는 또 다른 여학생이 멀찌감치 서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대화 도중 여학생은 깜짝 놀랄 제안을 곁들였다. 자신의 친구와 셋이서 트리섬으로 즐기려면 12만원에서 8만원을 더 내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여학생은 손님을 많이 상대해 본 듯 눈치를 살피더니 응할 것인지의 여부를 독촉했다.기자가 거절하자 ‘정말 안하실 거죠?’라며 되묻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렸다.주말 밤만 되면 PC방과 공원에는 이처럼 탈선 청소년들이 방황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수 있다. <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