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2대 강국으로 성장하더니 해양 지배권 확대를 위해 좌충우돌한다. 미국과 정면 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마치 세계2차대전 전 일본이 아시아 태평양권 장악을 위해 팽창하던 중 미국과 충돌, 태평양 전쟁으로 치닫던 끔찍한 과거를 상기케 한다. 유럽에서도 2차대전 전 독일의 나치 정권이 1차대전의 패배를 딛고 일어나 주변국들을 삼켜가면서 2차대전을 일으켰던 비극을 떠올리게도 한다. ‘역사는 되풀이 한다’ 던데 불안하기 그지없다.
중국도 19세기 중반 영국과의 아편전쟁 굴욕, 서구 열강의 중국 침식, 국민당과 공산당 내전, 3000만명의 아사지를 낸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의 터널을 지나 경제대국으로 컸다. 이제 중국은 150여년만에 세계 2대 경제 강국으로 우뚝서게 되면서 기존 세력판도에 도전하게 되었다. 도전 상대는 당연히 2차대전 후 세계를 지배해온 미국이다.

중국은 해양 지배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태평양에서 일본-호주-필리핀-인도로 이어지는 ‘자유와 번영의 호(弧:활 모양)’를 뚫어야 한다. 중국은 먼저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을 상대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중국은 23일엔 일방적으로 방공(防空)식별구역(ADIZ)을 선포했다. 이 방공식별구역에는 제주도와 이어도가 포함되었고 일본의 센카구 열도 (중국명 다오위다오) 그리고 미국의 서태평양 공군 훈련장 3곳도 들어갔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일전도 불사할 태세로 맞서고 우리 정부도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미국과의 거래량 보다 두 배나 더 많고 중국과 맞대 있다는데서 미·중 각축 사이에서 어디에 서야할지 고민이 많다. 그러나 미·중 각축속에 한국이 서야할 위치는 명백하다. 외교·군사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흔들림 없이 지켜가면서 중국과는 경제적 파트너로 가면 된다.
북한의 6·25 기습남침 후 60여년간 한국의 자유체제와 안보를 지켜주었고 번영의 토대를 마련해 준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6·25 때 20여만명의 전사자를 내가면서 북한을 지원하였고 지금도 대남도발을 계속하며 핵을 가진 북한을 싸고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2000년 동안 끊임없이 중국에 당했던 비통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수(隨)·당(唐) 때부터 원(元)과 청(淸)에 이르기 까지 침략과 정복이 반복되었다.
오늘의 중국 공산당 정권도 ‘중화사상’ 또는 ‘중화제국주의’에 젖어들며 주변국들에 군림코자 한다. 일방적이며 오만하기 그지없는 반공식별구역 선포도 중국의 중화제국주의 본능을 반영한다.
작은 반도(半島) 국가 한국은 거대한 대륙국가 중국에 혼자 힘으로 맞서 주권과 자유를 지키기 어렵다. 한국은 중국에 또 당하지 않기 위해선 미국을 등에 업고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2차대전 후 미국이 태평양 국가로 진출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오늘날 까지 북한의 6.25 재침을 억제했으며 중국에 눌리지 않고 주권과 자유를 지키며 경제적 번영을 누려왔다. 하늘이 준 기회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중국과 적대관계로 맞서라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부드럽게 관리해야 한다. 그동안 그랬듯이 중국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가는 것으로 족하다. 한국은 미국과 정치 군사적으로 결속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소통하면 된다. 정경분리(政經分離)와 결미통중(結美通中)을 말한다. 2000년 동안 거대한 대륙국가 중국으로부터 당하기만 했던 작은 나라가 자유·안보·번영을 지키기 위한 길이다. 태평양 세력의 힘을 빌어 대륙의 육중한 무계를 버텨가며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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