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청와대는 중앙지검장 임명을 앞두고 김수남 검사장을 유력 후보를 꼽았으나 선택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 검사장의 부친 김기택(전 영남대 총장 2011. 12. 사망)씨와 관련해 그의 이력이 청와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김기택씨는 2007년 MB가 후보일 때 친 MB 성향의 인사와 단체들로 구성된 2007선진국민연대에서 당시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등과 함께 상임고문을 맡았다. 그는 대구지역에서 MB 대선 운동에 핵심 역할을 맡아 활동하는 등 친 MB 성향의 대통령선거운동을 지원한 경력이 있다.
당시 박근혜 후보 측에서는 김기택씨에게 선거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김 검사장의 중앙지검장 임명에 약간의 장애요인이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최근 중앙지검장 임명을 앞두고 김 검사장은 지인 등 정치권 인사를 동원해 부친과 달리 자신은 여전히 친박이라는 강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에 따라 부친의 행적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고 청와대에서 김수남의 중앙지검장 임명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16기 동기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부분이 김 검사장에 대해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어도 손색이 없는 인사”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김 검사장 역시 동기모임에서 도와달라는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등 중앙지검장 임명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는 말도 들린다.
이와 함께 김 검사장이 중앙지검장으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일 경우 차기 검찰총장으로도 유력할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변 상황도 좋다는 분석이다.
김 검사장의 차기 검찰총장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 소병철(15기) 길태기 등 선배들이 잇따라 용퇴했다.
사실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인사는 이득홍 대구고검장(16기, 특수통)이다. 그러나 그는 군대면제(시력)로 나이가 어린 탓에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 케이스로 알려졌다.
박성재 광주고검장은 부장검사 시절 검찰직 간부들과의 불협화음으로 검찰 내부에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밖에 최재경 대구지검장(17기)의 경우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중앙수사부의 존폐 문제를 놓고 마찰을 일으켜 향후 요직 발탁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16기도 많은데 17기가 중앙지검장에 오를 경우 16기 대다수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어서 결국 중앙지검장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작은 중수부’로 불리는 중앙지검 3차장 자리에 누가 앉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앙지검에는 현재 4개의 특수부와 강력부, 2개의 첨단범죄수사부, 3개의 금융조세조사부 등이 있다. 특수부의 경우 3개 부서 외에 폐지된 중수부의 수사기능을 대신할 특수4부가 지난 11월 신설됐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 4개의 특별수사부를 총괄 지휘해 중수부에 이어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과거부터 중앙지검 3차장은 ‘검사장으로 가는 보증수표’로 인정됐지만 위상이 강화되면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인사는 차장검사급 인사와 함께 연내에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중앙지검 3차장에 임명된 박정식 차장검사는 지난 19일 검찰고위 간부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부산지검 1차장검사로 영전했다. 박 검사장은 20기로 앞선 인사에서 승진에 제외됐으나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검사장 반열에 올랐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차기 3차장은 한 기수 아래인 사법연수원 21기 중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검사장 직위수가 줄면서 연수원 20기가 진급에서 밀렸다. 21기 역시 진급 기회가 크게 줄었다. 따라서 3차장 자리를 놓고 21기 선두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기동 부산동부지청장과 이정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한찬식 수원지검 안영지청장 등이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특수통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 특히 김기동 지청장은 올해 '원전비리 수사 특별수사팀'을 이끌며 원전비리를 발본색원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이정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중앙지검 특수3부장과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을 거치며 특수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고 한찬식 안양지청장은 대검대변인 등을 지내면서 쌓은 인맥이 가장 큰 무기다.
이 밖에도 김영진 창원지검 차장검사, 이두식 울산지검 차장검사, 전현준 대전 차장검사, 진경준 의정부 차장검사 등도 유력 주자로 꼽힌다.
20기의 기용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검사장급 특수 분야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 점을 그 배경으로 들고 있다. 이 경우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구본진 성남지청장과 김회재 안산지청장, 황인규 부천지청장 등이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구 지청장은 공안과 특수 등 두 분야에서 모두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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