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 현직 총리의 멈출 줄 모르는 막나가는 행태와 안하무인적 무례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피해국들이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외교에 대해 “여학생 고자질 같다”고 말하는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회담하면서 일본 행태를 비판한 데 대한 표현이었다. 그전에 아베 총리는 “한국은 어리석은 국가”라는 망언을 했다. 이처럼 한국인 정서를 격앙시킨 일본이 이제 영토문제에까지 노골적인 마각을 드러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중·고교 교과서 편집 지침인 해설서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이런 일본을 향해 냄비 끓듯 울분으로 끓어대고 속상해만 할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배짱이 어떻게 해서 생길 수 있는 것인지를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국제사회가 따끔하게 제동을 걸지 않아서이고 심지어 일본을 편드는 듯한 나라까지 있어서 일본의 간을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한·일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역사학자가 먼저 다뤄야 한다”고 일본 두둔 발언을 했다. 프랑스를 탓하기 전에 싫든 좋든 우방국들과의 우리 외교가 일본에 못 미치고 있는 정황일 것이다. 반면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9일 “아베 총리가 실수했다. 역사에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아베를 비난했다.
로이스 외교위원장의 이 같은 아베 비난과 ‘위안부 결의안’을 준수토록 한 지난주 수, 목요일 미 상·하원의 ‘통합 세출법안’ 통과 일본 압박 움직임은 2차 대전의 연합군 승리를 이끈 미국의 분명한 역사인식 때문이지 한국을 편들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지난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케리 장관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시종 노코멘트로 일관한 것은 한·일 과거사에 대한 그의 무지함 탓이 아니라 외무장관으로서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를 원치 않아서다.
이처럼 우리는 일본과의 외교전에서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문제로 이슈화시켜 국제심판소로 끌고 가려는 데는 이런 외교적 자신감이 발호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이웃 피해국들을 상대로 야금야금 총성 없는 침략전을 감행하면서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국가지만 아직 이성적인 외교게임이 가능하다. 한편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나라다”라고 망발한 것도 모자라 우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간신’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그들이 한국민을 모독하고 해당 장관을 능멸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은 사분오열하고 국민은 심한 남·남 갈등으로 분열하고 있다. 일본 규탄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잠시 끓고 나면 또 그만인 것이다. 일본이 충분히 얕보게 돼있는 나라사정이다. 도둑놈 못잖게 도둑 당하는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외국 주재 중국대사 32명이 주재국 언론매체에 기고를 하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아베의 폭주를 맹비난해서 외교무대에 쟁점화한 것은 본받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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