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북 청송군 청송여고는 보수적 사관을 담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이 학교가 교학사 한국사를 포기함으로써 전국 2300여 고교들 중 교학사의 책을 선택한 학교는 단 하나도 없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20여 개 고교들은 좌파와 일부 시민단체들의 거센 철회 압박과 포퓰리즘(대중영합선동)에 부화뇌동하는 학부모 및 학생들의 성화에 못이겨 모두 철회했다.
물론 교학사의 한국사에 기술상의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교과서는 수정돼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 책이다. 그럼에도 철회 요구자들이 교학사 한국사를 선택한 학교들에 저질 욕설과 격렬한 항의로 협박했다는 것은 초·중·고 교육 현장의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데서 지극히 우려된다. 우리 공교육계는 좌파단체들의 조직적 협박에 휘둘리고 천박한 학부모들은 선동적 포퓰리즘에 덩달아 춤을 춘다는 걱정이 그것이다.
교학사 한국사를 선택한 학교측에서는 학부모, 학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회단체 등으로 부터 ‘친일파’, ‘매국노’ 등 격렬한 항의와 심한 욕설을 받았다고 한다. 포산고 김호경 교장은 “원래 교과서는 교사협의회에서 선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한다”며 “교학사 교과서가 1순위였고 비상에듀 교과서가 2순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견딜 수 없는 욕설과 항의로 2순위였던 교과서를 채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전주 산상고 박삼옥 교장은 “민주당 도의원들과 전교조,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 등에서 강한 항의가 들어왔다”고 실토했다. 분당영덕여고의 한 교사는 “학교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이를 서로 인정해야 발전하는 것”이라며 “흑백논리의 정치이념이 교육현장에 끼어들어 정치가 교육을 이용하고 있다”고 개탄하였다.
한 지각있는 교사의 지적대로 학교마다 특색이 있다는 데서 다양한 교과서 채택은 교육발전의 토대가 된다. 조직적이며 야비한 욕설로 특정 교과서를 짓밟아버렸다는 것은 공교육이 좌파와 포퓰리즘의 제물이 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또한 그 많은 고교들 중 어느 한 곳도 좌파 욕설과 포퓰리즘에 맞서 소신과 원칙을 지켜내지 못하였다는 데서도 실망은 크다.
이제 우리 학생들은 북한에 퍼주고 비위맞춰주며 끌려다닌 햇볕정책을 비판 없이 미화하는 좌편향 교과서로 수업 받게 되었다. “햇볕정책 추진 결과 남북 교류가 확대되었고 상호 협력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었다”는 서술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방송과 인터넷을 포함한 언론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왜곡된 교과서도 암기해야 한다. 좌편향 서술 교과서 채택률은 무려 90%나 된다.
교학사의 한국사 전멸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거부하며 줏대 없이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한다는 경박성을 드러낸다. 학부모들은 교학사의 한국사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 유관순 열사를 깡패라고 썼다.“등의 유언비어에 가볍게 넘어갔고 ‘친일파’, ‘매국노’라는 비방에 흔들렸다. 거기에 용감히 맞서 싸워 이긴 교장과 교사는 하나도 없다는 데서 아쉽다.
국민들이 좌익 선동과 포퓰리즘에 쉽사리 끌려다닌다는 것은 국민들의 천박한 의식수준을 반영한다. 세계2차대전 전 독일 아돌프 히틀러와 이탈리아 베니토 무소리니의 우익 포퓰리즘 그리고 2차대전 후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의 좌익 포퓰리즘이 몰고 온 비극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좌건 우건 포퓰리즘에 놀아나면 국가적 비극은 피할 수 없다. 2300여 고교들 중 어느 하나도 우파 교과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포퓰리즘에 우리 국민들이 갈대처럼 흔들린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다양성도 유지 못하고 소신과 원칙을 지켜내지 못하는 공교육의 장래는 밝을 수 없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장래가 크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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