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있는 주부에 의도적 접근 필로폰 먹여 성폭행 후 공갈사실 알게된 한 피해자 남편 자살 등 두가정 ‘풍비박산’부유층 가정주부들을 상대로 성폭행하고 거액의 돈을 갈취해 호화로운 생활을 해오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지난 16일 가정주부를 성폭행한 뒤 이를 빌미로 상습적으로 협박해 거액을 뜯은 혐의(성폭행 및 상습공갈 등)로 이성필(가명·39)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재산이 많은 가정 주부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가정주부들의 친목모임인 ‘계’를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98년 12월 박금이(가명·38)씨가 재산이 상당하다는 소문을 듣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56차례에 걸쳐, 17억원 갈취해

이씨는 박씨의 환심을 산 뒤 여관으로 유인했고 여관방에서 박씨에게 필로폰을 몰래 먹였다. 박씨가 마약에 취하자, 이씨는 계획했던 대로 박씨를 성폭행했고 박씨의 알몸 사진을 찍었다. 이씨의 음모에 걸려든 박씨. 그녀는 이 날 이후 “돈을 주지 않으면 성폭행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는 이씨의 협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남편에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1억원을 이씨에게 주며 조용히 없었던 일로 덮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돈을 노리고 달려들었던 이씨는 1억원에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 박씨를 협박하며 더 많은 돈을 요구한 것. 협박에 시달리던 박씨는 돈을 구하기 위해 남편 몰래 자신의 가족들과 주변 친구에게까지 돈을 빌려 이씨에게 바쳤다.

심지어 박씨는 남편의 친구 A씨에게까지 “증권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 A씨는 박씨의 집이 잘 살고 남편의 능력도 있어 박씨의 말을 믿고 선뜻 돈을 빌려주었지만, 그 돈은 증권투자가 아니라 협박범 이씨의 손에 고스란히 바쳐졌다. 이씨의 협박이 있을 때마다 A씨에게 조금씩 빌린 돈은 점점 불어나 무려 10억원에 달했고 박씨는 그 빚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경찰조사결과 이씨는 박씨를 협박해 지난해 6월까지 무려 56차례에 걸쳐 17억원 정도를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박씨는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 남편에게 이혼까지 당했고, 이씨의 협박에 못이겨 자신의 재산을 모두 빼앗긴데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빌린 4억원을 갚지 못해 9개월간 수감생활까지 했다.

또다른 피해 주부의 남편은 자살까지

찰거머리 성폭행범에게 돈과 가족까지 잃고, 감옥에까지 간 박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입은 그녀는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던 도중 면회온 남편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했고, 이씨는 지난달 출감한 박씨가 2억원의 돈이 더 있다고 하자, 다시 성폭행하려고 계획을 꾸미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결과 이씨는 박씨를 협박해 빼앗은 돈으로 그 동안 여러 채의 집을 구입했고 보석을 사는 등 자신의 재산을 불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4년여 동안 무려 다섯차례나 자신의 자동차를 바꾸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씨는 경찰 수사도중 또 다른 사실 하나가 추가로 드러났다.

이씨가 또다른 주부 김모(40)씨에게도 박씨와 같은 수법으로 협박해 수천만원을 빼앗았다는 제보가 경찰에 접수된 것. 조사결과 피해자 김씨는 이씨로 인해 남편까지 잃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박씨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전, 박씨와 같은 ‘계’에 몸담고 있던 김씨를 성폭행한뒤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도 이씨의 협박을 견디다 못해 돈을 건넸고,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남편이 선친의 묘소앞에서 자살까지 하게 됐다는 것.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이씨는 돈 있는 가정주부에게 접근해 계획적으로 마약을 먹여 몽롱한 상태를 만든 뒤 성폭행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노린 파렴치한”이라며 혀를 찼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