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 러시아 선수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4개중 3개와 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그는 동계올림픽 사상 20년 만에 러시아를 1위로 끌어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러시아에서 그는 ‘쇼트트랙의 신’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빅토르 안은 우리나라 이름 안현수로 2년여 전만 해도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 스타였다. 그는 2006년 이탈리아의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독차지 했다.
안 선수는 2011년 12월 러시아로 갑자기 귀화, 조국을 등졌다. 그는 2월 2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러시아 귀화 동기와 관련해 “다른 문제가 있어 귀화를 한 건 아니었다. 오직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어 귀화한 것”이라면서도 “파벌은 있었지만…”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첫 금메달을 목에 건 후 귀화 배경에 대해 “운동을 계속할 환경이 필요”해 떠났다고 털어놓은 바도 있다. 모국에서는 “운동을 계속할 환경”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러시아 귀화 이유로 한국 빙상계의 파벌 싸움과 연맹의 전횡적인 행정을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와 관련,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체육계의 개혁을 당부하였다. 실상 안 선수와 같이 능력 있는 젊은이를 외국으로 떠나게 하는 ‘환경’은 비단 빙상계로만 그치지 않는다. 체육계 전반을 비롯 정치계, 기업계, 언론계, 교육계, 문화계 등 거의 모든 조직들이 예외일 수 없다. 과연 누가 한국빙상연맹에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묻고 싶다. 고질적인 지도자 전횡, 줄세우기, 파벌, 내 사람 챙기기, 낙하산, 학연, 지연, 등의 악습이 오래 전부터 모든 사회 구석구석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 폐습은 지도자들이 관리하는 조직을 자기들 개인을 위한 도구로 사유화(私有化) 하는 데서 빚어진다.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사익을 위해 공조직을 악용하는 음습한 작태이다. 이 고질적인 악습은 반드시 치유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박 대통령부터 요직 인사를 단행할 때 전문적인 실력보다는 낙하산, 내 사람 챙기기, 줄세우기, 파벌, 개인적 사연(私緣),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일간신문들도 마찬가지다. 사내 요직 인사나 주기적 칼럼니스트 선정이 입증된 실력과 글 솜씨 보다는 개인적 사연에 의해 휘둘리는 건 아닌지 자성해봐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체에서도 윗사람의 조직사유화로 우수한 조직원들이 홀대받아 조직을 떠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각기 전문분야에서 적지 않은 우리나라 금메달감 인재들이 조직내 파벌과 부조리에 좌절, 모국을 떠나 남의 나라를 위해 활약 하고 있다. 아쉽기 그지없다. 유능한 조직원들이 일자리를 떠나거나 아예 외국으로 발길을 돌릴 때 해당 조직의 피해는 물론 국가적 손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년)도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었더라면 파벌과 부조리에 밀려 그토록 위대한 물리학자로 클 수 있었을까 자문해 본다.

우리나라도 지도자의 조직 사유화 대신 공유화, 전횡 대신 겸양, 줄세우기 대신 능력 본위, 파벌 대신 탕평(蕩平), 지연·학연 대신 실력이 지배하는 사회로 승화되어야 한다. 제2의 빅토르 안 출현을 막고 실력 있는 사람이 정상에 오르는 투명한 사회로 올라서기 위해서다. 그래야 개별 조직도 국가도 승승장구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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